지방 내려가는 사례, 노 전 대통령 이후 14년 만 처음
30대 여성, 연차 내고 문 전 대통령 고향 찾아 방문도
10일 윤석열 취임식 참석 후 서울역서 KTX로 귀향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크으! 여러분! 제가 말 놓고 한마디 할까요? 하아…제가…예아! 제가 오늘 제가 딱! 말 놓고, 하고 싶은 이야기 한마디 하겠습니다. 야~ 기분 좋다!"

14년 전인 2008년 2월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 마을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귀향 보고와 인사를 하며 이처럼 외쳤다.

   
▲ 귀향 보고 자리에서 "야~ 기분 좋다!"라고 외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지난 9일자로 임기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사진=유튜브 캡처·청와대 제공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귀향 후 과연 어떤 말을 할까.

지난 9일 자정부터 임기 5년을 마무리한 문 전 대통령은 10일 윤석열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오후부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서 시작하게 된다.

대통령이 지난 5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방으로 곧바로 내려오는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 전 대통령이 두 번째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이 가까워오자 최근 수차례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말해왔다.

지지자들과 지역민들이 환영 행사를 여는 것과 관련, 문 전 대통령은 "조용히 사저에 들어가고 싶으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며 간접적으로 이 같은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산 마을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문 전 대통령을 맞이하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마을주민들은 환영 행사는 열지 않으나, 회관 앞에 '문 대통령님, 평산 마을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문 대통령님 이웃이 돼 반갑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전국에서 온 지지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평산 마을을 찾아 접이식 의자나 돗자리를 깔고 앉아 문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을 보려고 서울에서 찾아왔다는 한 30대 여성은 "연차를 내고 오늘 새벽 1시에 양산에 도착했다"며 "역대 최고 지지율로 임기를 마친 성공한 대통령의 마지막을 잘 모시고 싶어 지지자인 친구들과 함께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어제 걸어서 청와대를 나오시는 걸 뉴스로 보고 (문 전 대통령의) 퇴임을 체감했다"며 "(문 전 대통령이) 지금 69세이신데 퇴임 후 20년, 30년 간 이곳 평산 마을에서 평온하게, 하고 싶은 일 하시고 사셨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지지자들은 '대통령님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좋았습니다' 라고 적힌 피켓을 들거나 평산 마을 회관 앞 안전 펜스에 '대통령 할아버지 사랑해요' 등이 적힌 풍선을 매달기도 했다.

평산 마을은 45가구, 100여명 정도가 사는 작은 동네이고, 마을로 향하는 도로는 협소하며 주차 공간이 거의 없다.

경찰은 과거 봉하 마을과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귀향 사례에서 보듯, 5000명이 넘는 인원이 평산 마을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평산·서리·지산 마을 주민 차량을 뺀 차량은 마을 진·출입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외부인들은 통도사 산문 주차장 또는 양산시가 임시로 임차한 통도 환타지아 주차장에 차를 대거나 도보 또는 마을버스를 타고 평산 마을로 가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개최되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내려온다. 이후 KTX 울산역(통도사역)에 도착해 간단한 인사를 한 후 10여㎞ 떨어진 평산 마을로 가게 된다.

이어 평산 마을 회관에서 이웃으로 살게 될 주민들과 첫 대면을 하고 사저로 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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