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김진호 부사장
아마 두 사람은 당선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6월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섰다. 대통령이 되고자했던 두 사람은 험지가 아닌 이지(易地)에 출사표를 냈다. 이 고문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다섯 번이나 당선된 민주당 텃밭 인천 계양을에 둥지를 틀었고 안 위원장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경기도지사 출마로 자리를 비운 경기도 분당갑으로 이사했다. 

두 사람 모두 어렵지 않게 금배지를 달 곳에 좌표를 찍었다. 정치권은 어린아이 팔 비틀 듯 한 승리를 예상한다. 상대 후보를 폄하하는 것도 아니고 결과를 확정하기에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는 그렇다. 하기는 대통령 하겠다던 후보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으니 체급이 오버다. 두 사람 모두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서울에서 분당으로 지역구를 옮긴 터라 철새정치인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출마의 변은 있다. 이 고문은 "민주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며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반드시 이끌겠다"고 말해 전면 등판의 의욕을 표출했다. 결국 이번 6.1 지방선거를 대선 2라운드의 리벤지 무대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 위원장도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제 몸을 던지겠다"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때 이곳의 발전 가능성을 예상하고 안랩 사옥을 누구보다 먼저 세웠다"고 말했다. 자신이 창업한 안랩(안철수연구소)이 2012년 성남시로 이전한 인연으로 약한 연결고리를 보완했으나 자신의 정치 활동터가 서울이었음을 모르는 유권자는 없다.

출마의 명분은 약하고 상식과 정서는 무시됐다. 두 사람이 공익(公益)을 우선했으나 사익(私益)이 앞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출마 배경에 개인적 욕심과 정치공학적 솔루션만 그득하다. 정치가 정치(正治)가 아니라는 점은 본인들의 콤플렉스로 작용한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과거 발언을 뒤집거나 정치적 소신으로 여겨진 행보를 거꾸로 걷는다. 변명은 구차해지고, 공약은 겉돈다. 당연히 진영논리에 구애받지 않는 국민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다.

이 고문은 "자신이 처할 정치적 위험과 상대의 음해적 억지 공세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며 위기를 기회를 전환시키는 것이 정치의 정도라고 배웠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불과 2개월 전 대통령선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야구선수가 야구로 사죄하겠다는 발언 같은 유아적 발상은 그답지 않다. 무엇보다 국민을 상대로 한 큰 정치가 아니라 자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두리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퇴행적 정치로 다가온다.

또 이 고문은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는 고충을 털어놓았지만 역시 공감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처한 어려움은 이 고문이 나선 대통령선거에서 패했기 때문이고 출마를 권유한 이들 역시 이 고문과 함께 촛불세력의 퇴장에 책임을 져야 할 이들임을 국민은 안다. 

   
▲ 이번 6월 1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오른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재명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하고 잠시도 비주류의 자리를 참지 못하는 불안장애를 가진 정치세력이 조급증을 낸다. 이들이 곧바로 민주당내 이니셔티브를 가져간다면 후진 정치의 불행만 노정될 뿐이다. 특히 대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를 주고받는 정치는 일종의 세습정치로 투영돼 정치사적 평가가 뒤따를 전망이다.

안철수 위원장의 속 좁은 정치도 암울하다. 안 위원장은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는 이재명 고문을 향해 "도민과 시민의 심판을 피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주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행위이자 정치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라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뒤 도망치는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 전 후보에 대한 심판에 본인이 나서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재명에 대한 대항마로 안 위원장의 결단을 기다렸지만 '안전하고 넓은 문'을 선택했다. 분당갑 출마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를 확인하고 결행했다는 후문이니 새가슴이라는 여의도 정가의 박절한 평가가 힘을 얻는다. 

그동안 수많은 철수 내지는 회군시 평가받은 자기희생 논리는 희석되고 발 앞의 이익을 탐하는 축소지향적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남은 정치여정을 힘들게 할 것이다. 안 위원장은 "분당뿐 아니라 성남시와 경기도, 나아가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통해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제 몸을 던지겠다"고 결연한 심정을 나타냈다. 그러나 분당갑 선거는 몸에 안전장치를 달고 매트리스 위로 몸을 던지는 초보 난이도여서 감흥이 없다.

'이재명' '안철수', 두 거물 정치인의 이번 결정은 오늘은 살겠지만 내일로 가는 다리를 끊는 악수(惡手)로 생각한다. 이재명 고문의 경우 국회의원이 되면 두꺼운 지지자들의 따뜻한 보호아래 숨 쉴 공간이 생길지 모르나 이는 잠시다. 

검수완박 후 갈 길을 못찾아 헤매는 민주당이 미래보다는 당장을 책임질 조타수로서 그의 등판이 필요할지 모르나 미래가 험하다. 당장 반(反)이재명계로 친문의 적장자인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장관, 박범계 전 법무부장관, 황희 전 문체부장관, 유은혜 전 교육부장관, 이인영 통일부장관 등이 돌아온다. 

여기에 시류에 눌러 조용했던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당내 정치를 본격화하면 이 고문의 장악력은 상당 부분 상실된다. 지방선거후 필연적으로 펼쳐질 당내 계파싸움에서 패할 경우 공천권을 매개로 이재명계는 급속히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위원장 역시 보궐선거 당선과 동시에 커다란 암초를 만나게 될 전망이다. 안 위원장이 금배지를 달면 국민의힘  국회의원 105명 중 한 명이 된다. 과거 자신이 절대 지분을 가졌던 국민의당과 같은 위상이나 장악력은 기대 난망이다. 또 말은 안하지만 모두가 알 듯 윤석열정권과의 공동정부 구성은 이미 날아갔다.  여기에 이미 국민의힘 기류를 경험했겠지만 정치적 대항마로 성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 위원장의 꽃길을 허용할리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갖는다는데 아무도 이의가 없다. 이 자리를 위해 누구는 평생을, 어느 집단은 불법적 세력화를, 여는 기업은 명운을 걸고 건곤일척의 싸움에 나선다. 전지전능한(Almighy) 자리를 위해서 세월과 돈, 인생을 거는 정업(政業)에서 돌다리를 두드리며 안전과 당장의 실리를 모두했던 이들 가운데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다. 

홈런은 풀스윙 해야 얻어걸린다. 번트로 홈런을 칠 수는 없다. /미디어펜= 김진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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