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이 공개되자마자 세븐이 연예계 이슈로 떠올랐다.

15일 EMK뮤지컬컴퍼니는 ‘엘리자벳’의 주요 캐스팅을 발표했다. 초연부터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옥주현과 조정은이 타이틀롤을 맡고, 공연과 방송을 오가는 유명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화려한 라인업만으로도 눈길이 간다.

그중에서도 뮤지컬에 도전장을 던진 세븐(본명 최동욱)에 대한 말이 많다. 본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그는 전역 후 4개월 만에 생소한 장르인 뮤지컬로 컴백할 예정이다. 과거 군생활의 실수를 씻어내고 새출발을 하게될지, 제작사의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했을지는 곧 판가름난다.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엘리자벳’은 어떤 작품인가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태자비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자유를 꿈꾸던 소녀가 왕가에 들어가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다 죽음으로 다시 자유를 찾는다는 스토리로, 한 인물의 극적인 이야기를 깔끔하게 담아냈다. 특히 자유와 억압받는 상황에서의 엘리자벳의 내면을 ‘죽음(Tod)’이라는 캐릭터로 표현해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오스트리아 원작은 이야기에 충실하다. 엘리자벳의 내면을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특히 그녀의 감정과 황실 내부의 갈등을 조각난 무대로 구현해 무대미술의 예술성을 극대화한다. 합스부르크 왕궁과 씨씨(엘리자벳 애칭) 박물관,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가 묻힌 지하 묘소를 거쳐 극장을 찾을 관광객들에게 엘리자벳 여행의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국내 라이선스 공연은 화려함에 집중한다. ‘죽음(Tod)’을 인물로 해석해 엘리자벳과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한국버전의 부제도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안무를 덧입혔다. 이에 따라 각각의 캐릭터 집중도가 높고 ‘죽음(Tod)’의 비중도 커졌다. 초연에 출연한 김준수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었다는 평을 받으며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세븐은 과연 ‘죽음’을 소화할 수 있나

‘죽음’은 이야기의 연결고리인 동시에 가장 화려한 쇼를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둘 중 한곳에 치우치면 메시지 전달이 불가능해지거나 자칫 쇼뮤지컬로만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등장만으로 대극장 무대를 장악해야 하는 캐릭터로 보통 내공의 배우들도 부담스럽다고 표현할 만큼 어렵다.

초연에서 ‘죽음’을 연기한 배우는 류정한과 김준수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스타 류정한은 관록으로, 김준수는 특유의 무대장악력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넘버 소화에 있어서도 류정한은 굵직한 저음으로, 김준수는 허스키한 목소리와 댄스감각으로 주목을 이끌어냈다. 김준수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세븐 역시 활동기간 중 다수의 콘서트 무대에 선 바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나 비활동기간이 너무 길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다양한 히트곡에서 보여줬듯 발성이 가늘어 뮤지컬에 얼만큼 적응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2013년 6월 안마방 사건 이후 심적으로도 위축됐을 그가 1700석 규모의 극장에서 과연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그것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인물을 연기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뮤지컬 '엘리자벳' 프레스콜에서 '죽음(Tod)'를 연기하고 있는 김준수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노이즈마케팅 의혹의 키는 오직 세븐이 쥐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론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제작사가 세븐을 캐스팅한 이유를 ‘마케팅과 자신감’이라고 분석했다.

김준수가 빠지면서 생긴 마케팅 공백을 세븐이 채울 수 있다는 점은 캐스팅 발표와 동시에 증명됐다. 캐스팅 보도자료만으로 각종 포털사이트 연예면 메인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비록 노이즈마케팅일지라도 ‘엘리자벳’에 대한 정보는 대중에 확실하게 각인됐다.

이런 무모해 보이는 캐스팅을 밀어붙인건 EMK가 과거 ‘모차르트’ 초연 당시 김준수를 캐스팅하던 때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2010년 제작사의 명운을 걸고 제작한 ‘모차르트’는 아이돌의 뮤지컬 주연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김준수와 EMK 모두 윈윈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세븐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아직까지 사그라들지 않은 시점에서 1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지불하고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보겠냐는 시선이 많다. 극장도 무려 1700석이 넘는 만큼 제작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모험임에 분명하다.

뮤지컬은 어느새 예술보다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극장 뮤지컬 한 편 제작에 수십억이 투입되는 이상 제작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고 관객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뮤지컬 시장도 장기간 불황인 탓에 ‘세븐 캐스팅’과 같은 폭발적인 흥행요인도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은 던져졌다. 군에서 명성도 잃고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해지한 상황에서 세븐은 연예인 인생 최대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의 도전이 성공할지 실패할 도박이 될지는 오직 본인에게 달려있다. 부디 그를 향해 호평하는 리뷰를 쓰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