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 예상 ‘반 파월 배팅’...전쟁과 봉쇄 거치며 경기 모멘텀 약화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큰 소리'가 시장의 '불신'을 받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 8%대를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미국의 장기 금리는 오히려 대폭 하락했다.

연초 이후 금리 급등의 배경은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였는데, 이번 장기 금리 하락은 시장의 '물가 반응 함수'가 변화됐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반응 함수가 바뀐 이유는 시장이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연준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정책 실패 가능성'을 반응 함수에 넣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정책 실패 가능성에 배팅하는 '반 파월 배팅'이, 미국 채권시장의 핵심 테마라고 지적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연합뉴스


강 연구원은 시장 내 우려가 일소되지 않는 이유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묘한' 고용 지표 해석에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고용 지표가 강하기 때문에 침체가 멀다"고 주장하는데, 문제는 실업률은 대표적인 '후행 지표'라며, 시장은 급격한 긴축과 맞물린 후행 지표인 실업률의 추가 개선 가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파월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실업율 추가 하락 논리가 필요한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은 오히려 잠재 실업률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분간 경기 침체 우려는 일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의 이목은 점차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안기태 NH증권 연구원도 "우크라이나 전쟁(구매력 약화)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생산 차질)를 거치면서, 경기 모멘텀이 약화됐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선진국 경기선행지수를 분해하면 금융과 심리를 제외한 실물 부문은 개선되고 있었는데, 전쟁과 중국 상하이 코로나19 봉쇄가 흐름을 끊었다"면서 "지난 역사를 보면, 지금처럼 실업률이 낮고 임금상승률이 높은 시점, 또는 인플레가 5%를 넘는 시기에는 연준이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침체가 발생한 사례가 다수"라고 진단했다.

또 "재고가 적기 때문에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되면 경기 개선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은 그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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