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플랜 맞춰 전기차 전환의 새로운 국면
일감 줄어도 인력보충·임금인상 요구하는 노조 상충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앨라배마공장에 전기차 라인을 증설한 데 이어 조지아에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을 짓는다.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은 현대차의 전기차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전환 작업이다. 이번 공장 건설로 전기차 시대 퍼스트 무버를 꿈꾸는 정의선 회장의 이상향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런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에 노동조합이 상충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16일 관련업계와 주요외신들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7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조지아주 현지언론인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도 현대차와 조지아주 정부가 현지시간 20일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을 동시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0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기간(20~22일)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대미(對美)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현재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 발표 시점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발표 시점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시기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공장에 전용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앞서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총 3억달러(한화 3700억원)을 투입해 전동화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현지 생산에 이어 전용 공장까지 짓게 되면서 전기차 시대 '퍼스트 무버'를 꿈꾸는 정의선 회장의 이상적인 큰 그림에 한발 더 다가가는 것이다. 

미국시장은 자동차 격전지로 글로벌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곳중 하나다. 이곳에서 미국시장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글로벌 영향력 역시 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인 미국시장은 전기차 판매량 50만5998대로, 전년(26만55대) 대비 2배 넘게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은 미국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노른자 위'로 만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030년까지 미국 내 판매되는 신차의 50%를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미국산 부품 55% 이상 현지 생산 전기차로 교체하는 등 자국 내 생산 제품을 우대하고 있다.

사실상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글로벌 메이커들의 적극적인 투자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약 8조1400억원)를 투자해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전용 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미국은 물론 미국 전역은 물론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수요 대응이 훨씬 수월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같은 현대차그룹의 움직임과 상충하는 조건을 요구하는 노조의 움직임이다. 전체적인 사업방향성을 전기차 전환과 전동화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 그룹의 방향과 전혀 다른 입장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강화된 환경규제와 함께 시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퇴출수순을 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제네시스 브랜드를 시작으로 2025년부터 내연기관의 출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격적인 전동화작업의 결과물이 3년 뒤부터 결과물로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차 전환은 인력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수가 3분의 1가량 적고, 그만큼 작업 공수도 줄어 인력 수요가 20~30%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게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예상이다.

현재 10만명이 넘는 현대차‧기아 인력 규모가 10여년 뒤에도 유지되고,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이 스케줄대로 전동화 전략이 이행된다면 2~3만명 가량이 잉여인력이 된다.

현대차‧기아 노동조합(금속노조 지부)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사측에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양사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약(현대차는 임협, 기아는 임단협) 공동요구안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유지하는 게 노조의 가장 큰 존재이유인 만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이와 상충되는 요구 역시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정년연장과 신규인원 채용을 올해 교섭 핵심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정년연장은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61세부터 65세까지 단계별 수급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을 감안, 기존 60세인 퇴직 연령을 이와 연계해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신규인원은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필요한 연구개발(R&D) 인력 뿐 아니라 생산직 근로자의 채용도 요구하고 있다. 정년퇴직으로 감소하는 인원을 신규채용으로 채워 넣으란 얘기다. 

이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인력 구조상 생산직 신규 채용이 연구개발쪽 보다 훨씬 많아진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수요 감소가 가시화됨에도 불구,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최대한 피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기존 과잉인력을 유지할 수는 없으니 정년 연장에 따른 자연감소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요구대로라면 기존 인력규모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오히려 정년 연장으로 고임금의 장기근속자들이 늘어나면서 임금 부담은 더 늘어난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수요 감소를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인력 규모를 유지하라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심지어 '노동중심의 자동차산업 미래전환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에 사측이 참여할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략, 고용을 유지하고 거기에 맞춰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식 같은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무슨 해괴한 발상인지 모르겠다. 

회사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사업과 인력 구조를 뜯어고쳐야 하고, 근로자들도 그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일감은 줄어드는 데 퇴직 인원만큼의 자연감소조차 용인 못 하겠다는 건, 수만 명의 잉여 인력이 월급 받으면서 투쟁이나 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지만 본인들의 안위만을 위해 회사의 방향성은 무시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론일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큰 흐름에 반하는 행보이기 때문에 여론또한 분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