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조기상환 청구 여부 이목 집중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이 지난 2020년 6월 22일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를 다음달 22일 조기 상환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자금난을 이유로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CB를 인수했는데, 대한항공이 이번에 CB를 조기 상환할 지, 두 은행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화물운송부문에서 올 1분기 2조 1486억원의 매출고를 올린 데다 현금 보유도 늘어난 만큼, CB를 조기 상환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이 지난 2020년 6월 22일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를 다음달 22일 조기 상환할 수 있게 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8일 대한항공 연결기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6월 22일 3000억원(산은 1800억원, 수은 1200억원) 규모의 CB를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당시 대한항공은 코로나 펜데믹 여파와 아시아나항공과의 '항공빅딜' 등으로 자금확보가 시급해 CB를 발행했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CB 조기 상환을 좀 더 비중있게 보는 모습이다. CB 발행 3년차가 되는 다음달 22일부터 기존금리에 가산금리와 조정금리가 합산되는 까닭이다. 이른바 '스텝업 금리'다. 

2020년 당시 대한항공은 연 2.28%의 금리로 CB를 발행했다. 하지만 오는 6월 22일부터는 최초이자율 2.28%에 가산금리 2.50%, 조정금리(발행 n년후 국고채 금리-발행시 국고채 금리)를 합산·반영한다. CB 발행 3년 이후부터는 이자율이 매년 0.5%포인트(p) 추가 가산된다. 

최근 미국발 금리인상을 비롯해 대내외 경기불안이 심화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상승하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으로서도 조기 상환을 통해 이자부담을 줄이는 게 이로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고채는 현재 2년물(수은)로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평균 국고채 2년물 금리는 1.148%에 불과했지만 17일 현재 금리는 2.806%를 가리키고 있다. 향후 추가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는 만큼, 자금사정이 여유로워진 대한항공의 CB 조기상환이 유력해진다.

다만 대한항공이 CB를 조기 상환하려면 이를 인수한 은행들에게 2년 기점일로부터 한 달 전 공지를 해야 한다. 이달 말 내로 공지해야 하는 것인데, 현재로선 별다른 소식이 없는 모습이다. 

산은 관계자는 "회사(대한항공) 요청이 있으면 검토할 것으로 보는데, 정해진 것은 없다"며 "다음주나 이달 말께 관련 공식내용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은 관계자는 "(6월 22일로부터) 30일 전에 (대한항공이) 통지해줘야 하는데, 아직 30일 전이 아니다보니 특이동향은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산은과 수은의 CB 주식전환 가능성도 눈여겨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 은행은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만기일인 2050년 5월 22일까지 전환가격 1만 4706원을 적용해 기명식 보통주 2039만 9836주로 전환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셈이다. 전날 종가 2만 8900원으로 계산하면 약 5895억 5526만원에 달해 설정된 주식전환가(총 3000억원) 대비 약 2895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두 은행이 주식 전환으로 이익을 누릴 수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면 '배임'에 해당된다. 대한항공이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은행들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CB물량의 주식 전환은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해 우려되는 요소다. 국적선사 HMM이 대표적이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배임 우려에 CB물량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두 기관의 CB물량 주식 전환으로 총 1억 6000만주(현재 상장주식수 4억 8903만 9496주)가 불어났었는데, 이 여파로 HMM 주가는 올 연초 2만 11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역대급 호실적과 더불어 지난해 5월 주가가 한때 5만 1100원까지 치고 오른 점을 고려하면 치명적이다. 

이날 현재 대한항공의 상장주식수는 3억 4782만 825주(시가총액 10조 1912억원)로, CB 전환물량은 전체의 5.87%에 달한다.    

이와 관련 두 은행은 아직 답보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여러 상황이나 제반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수은 관계자도 "주식 전환 검토는 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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