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및 미 전략자산 전개 확대…안보리 결의 완전한 이행 재약속
文정부 중단 ‘EDSCG’ 재가동 천명해 새롭고 다양하고 액션 플랜 예고
과거 보수정부 비슷한 정책으로 실패, 중국 반발 속 실효 있을지 주목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발표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행동 대 행동’으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북핵 대응 방안을 담았다. 북한이 먼저 4년여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 하고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에 대응이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한다”라고 명시하고, 한미연합훈련의 확대,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확대 및 억제력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2018년 이후 중단됐던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표현했지만 바로 다음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덧붙여 북한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미는 문재인정부 때 중단됐던 기존 한미 2+2 외교·국방 차관간 EDSCG를 고위급으로 높여서 재개하기로 했다. 앞으로 양측의 장관이 협의체를 주재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대북 안보정책이 속도감 있게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윤석열정부는 이전의 정상회담마다 이뤄진 안보동맹 재확인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예고했다. EDSCG 재가동을 통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새롭고 다양한 액션 플랜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는 포괄적인 전략동맹과 행동하고 실천하는 한미동맹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2018년 2번 개최한 뒤 한 번도 열지 않았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해서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조기에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23일 한미정상회담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직접 열어 “안보동맹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수단으로서 핵·재래식·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모든 방어전략을 사용하겠다는 점을 천명했다”고 설명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2일 오산 공군기지 내 항공우주작전본부 작전조정실을 시찰하고 있다. 2022.5.22./사진=대통령실 제공

그는 “정상 공동성명으로는 이례적”이라고 표현하면서 “한미 간 조율을 통해 미 전략자산의 적기 전개와 필요 시 추가적 조치를 모색하겠다는 구체 협력 방안도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한미 정상은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법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코로나19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도 공식적으로 밝혔으나 이는 원론적 입장에 불과하고,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 성격의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기존 대북 제재와 압박 노선을 더욱 강화하고,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의 비핵화 해법을 명확히 한 것이다. 여기에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한미가 연합해 군사적으로 강력 대응할 것을 천명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는 대북정책을 말할 때 ‘원칙에 기초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내세워왔다. 보수정권으로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철저히 준수하고, 북한의 행동에 군사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위 협상의 전략인 ‘당근과 채찍’ 중 ‘당근’이 보이지 않는 맹점도 있어보인다.   

물론 공동성명에 “윤 대통령은 비핵 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하는 담대한 계획을 설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문장이 있다. 하지만 역시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복귀해서 진지하게 임할 때라는 조건이 붙었으므로 북한이 당장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할 ‘당근’도 없는 셈이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19년 ‘적대시정책 철회’로 대표되는 ‘대화의 조건’을 제시해 협상의 문턱을 높인 바 있다.  

여기에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1년 전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포함했던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 문장을 삭제했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조치로 볼 수 있고, 1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반가운 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으로서는 대화에 나설 이유가 사라진 것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미는 이번에 강력한 대북억제 의지를 표명하면서 2017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북한 대비태세를 복원했다. 하지만 과거 보수정부가 비슷한 정책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으니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 한미 간 경제안보·기술동맹도 강화된 상황에서 중국의 반발까지 예상돼 자칫 한반도 정세가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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