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 인터뷰…“시스템 붕괴 비극, 꿈 심는 지도력 필요”
1년 전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서 꺼졌다. 세월호라는 이름의 배에 올라탔던 이들의 예기치 못했던 참사였다. 남녀노소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지만 세월호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 것은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꽃다운 나이에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2015년 4월 16일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미디어펜은 세월호의 의미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살펴보고자 하는 취지로 소설가 복거일 선생과 대담을 나누었다. 복거일 작가는 세월호 유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구하면서 세월호의 본질과 변질에 대한 지적 거인으로서의 통찰력을 전해주었다. 미디어펜은 복거일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아래 대담은 1회와 2회에 이은 마지막 연재다. [편집자주]

세월호 본질과 변질-복거일 인터뷰[3]

- 2003년 2월 DJ정부로부터 노무현 정부로의 정권 이양기에 발생했던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92명의 사망자와 21명의 실종자를 낳았습니다. 불특정다수와 동반자살하려 했던 한 개인의 방화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났습니다. 대구지하철 화재는 세월호와 엄연히 다른 경우이지만 사태의 참사는 유사한 스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에게 끼친 심리적 영향에 있어서 대구지하철과 세월호는 궤를 달리 합니다. 당시 대구 지하철과 작년 세월호 간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요? 세월호의 경우, 크나큰 분열과 갈등의 양상이 표출되었습니다. 세월호가 다른 참사와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둘 다 교통사고입니다. 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하지만 사고의 본질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사회 분위기, 정치적 사정이 다르면 다른 방식으로 사회가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같은 자극에도 사람들 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세월호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대구지하철 당시와 달리 앳된 고등학생들이 많이 죽었다는 것이 다릅니다. 특히 이번에는 고등학생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은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나이입니다.

가령 우리 마음속에는 사춘기 시절의 남녀 아이들을 높이 보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부모도 어릴 때 죽은 자식은 잊습니다. 하지만 사춘기나 젊은 청춘 등 결혼하기 전 젊은 나이에 자식이 죽으면 부모가 가장 힘들어 합니다. 진화생물학 적으로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1년 전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서 꺼졌다. 세월호라는 이름의 배에 올라탔던 이들의 예기치 못했던 참사였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미디어펜은 세월호의 의미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살펴보고자 하는 취지로 소설가 복거일 선생과 대담을 나누었다. /사진=해경제공 영상캡처

또 하나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와 달리 우리는 세월호를 생생하게 지켜보았습니다. 배가 뒤집어져서 갇힌 사람들을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비극의 효과가 극대화되었다는 점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대구지하철은 개인으로 인한 비극이었지만, 세월호는 시스템으로 인한 비극이었다는 점도 대구지하철과 세월호의 차이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예민하게 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문재인이 집권했다면 이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말은 ‘반농담’과도 같은 말이지만, 해상교통사고인 세월호 사고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 것은 정말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사회를 맑게 바꾸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정쟁이 벌어져서 안타깝습니다.

- 선생님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와 관련하여 전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도덕적으로 행동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렇다면 세월호 유족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무얼까요? 그리고 아직 세월호라는 슬픔의 늪에 계속 잠겨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민들에게 도덕적으로 행동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라고 얘기한 것은 지도자이니까 그런 말을 드린 것입니다. 지도자가 나서서 무기력한 국민을 일으켜 세워 건설적으로 심적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지도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대통령께서 보다 안전하고 맑은 사회를 만들자고 나서야 합니다.

아직 박 대통령은 도덕을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경제만 얘기하고 계시지만 이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격발시킬 수 없습니다.

미국과 같은 경우 이미 뉴프론티어 정신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찾아야 합니다. 대담한 상상력이 필요하고 우리에게 이것이 요청되는 시점입니다.

가령 “중동으로 달려가자”는 박 대통령의 멘트는 좋았지만, 중동이라는 뉴프론티어에 대해서 젊은이들로부터 “니나 가라”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한 대처도 문제입니다.

해외에 나가는 건 대기업입니다. 중견기업도 같이 나갑니다. 우리가 중동에 나가는 것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의 외연을 넓혀서 거기에 참여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액션을 펼쳐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말만 하는 대통령으로는 중동에 대한 젊은이들의 선입견을 깰 수 없습니다.

중동을 말하면 ‘정주영’이라는 위대한 기업가가 떠오릅니다. 중동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그러한 꿈을 심어줘야 합니다.

   
▲ 복거일 소설가

한편, 유족들에게는 애도의 뜻을 표할 도리 밖에 없습니다. 다른 말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시민 한 사람으로서 자기가 각자 지키는 것에 대해서 그 외에 하자고 말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지도자가 중요합니다. 지도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도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현재를 살펴보면, 대통령이 성완종 추문으로 궁지에 몰렸는데 차라리 궁지에 몰리는 게 낫습니다. 물이 잔잔한 것 보다 바람이 거세고 역풍이 부는 게 안 부는 것보다 낫기 마련입니다. 역풍을 이용해서 한번 떨쳐버리시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사회가 가라앉으면 안 됩니다. 우리 사회는 본질적으로 역동적입니다. 되받아쳐서 일을 이룰 수 있는 사회입니다. 지지자인 저로서는 안타깝습니다.

작년 이맘 때 쯤 ‘문창극 총리지명자’ 사태에서 불거진 것이지만 대통령의 생각과 지지자와의 간극이 큽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것을 잘 모릅니다. 위대한 정치적 업적을 남기려면 민심의 동향, 민심의 맥을 짚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지지자를 잘 만나지 않습니다. 당시 가장 열렬한 지지층이 등을 돌렸습니다.

문창극 건은 참사입니다. 청와대는 당시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청와대는 총리지명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것을 오히려 가장 부담스러워했다고 합니다. 결국 총리지명자 스스로 청문회에 임하지도 못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지지층을 허망하게 만든 것입니다.

과거였으면 친위세력으로부터 쿠데타가 일어났을 일입니다. 장군에게 검을 부여해서 그가 출정했으나 적에게 포위당한 상태입니다. 이에 민초들이 의병으로 장군을 지지해서 한참 싸우려는데, 장군에게 사약을 내린 것입니다. 옛날 같으면 반란이 시작될 일입니다. "차라리 이럴 바엔 도성으로 향하자"하고 말을 거꾸로 돌릴 일입니다.

청와대에서 그렇게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일까요. 대통령이 국민들 뜻은 고사하고 가장 열렬한 지지층의 마음조차 모른다는 것입니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어떠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잘해야 위대한 정치가입니다. 사회의 맥을 짚어야 합니다. 가장 뛰어난 정치가라고 하는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경우, 정책 결정 과정에서 ‘2차 대전’ 참전 시기를 놓고서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정치가는 민심을 잘 알아야 합니다. 특히 자기 지지자들의 민심을 잘 알아야 합니다. 박 대통령께서 그 점을 참 소홀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