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최대 경제·통상 플랫폼 탄생…尹정부 “룰 테이커 아니라 룰 메이커”
美와 기술·공급망 강화 경제안보동맹 다지기…中, “인위적인 단절” 반발
전병곤 “중국, 일단 상황 볼 것…사드와 달리 여러 국가 관련에 고심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출범 멤버로 참여하면서 우리 외교 기조를 기존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에서 전환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안미경세’(安美經世)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IPEF의 ‘룰 테이커’가 아니라 ‘룰 메이커’로서 지분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열린 IPEF 출범식에 화상으로 참석해 한국의 IPEF 참여를 공식 확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전세계가 팬데믹, 공급망의 재편, 기후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번영시대를 열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 한국도 굳건한 연대를 바탕으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반도체·배터리·미래차 등 첨단산업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격차 해소 ▲청정에너지·탈탄소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국제공조체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등에 핵심 역량을 보유한 한국이 역내국과 호혜적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를 상용화한 우리 통신기술과 원자력·수소·재생에너지 분야 기술을 언급하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탄소 저감 인프라 구축, 기술 역량 강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 역내 국가 연대와 협력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의 원칙 하에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동맹’ ‘반도체 동맹’으로 불리기도 하는 IPEF는 ▲디지털경제, 노동, 환경 영역에서 공정무역 규범 ▲글로벌 공급망 강화 ▲역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탈탄소 ▲조세·부패방지 4가지 분야에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IPEF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 아세안 7개국인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이 참여했다. 다만 가입 의사를 표명했던 대만은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이 살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13개국이 참여한 대규모 경제·통상 플랫폼으로 한국과 참가국가들의 교역 규모는 3890억 달러(약 491조원)에 이른다.

IPEF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한미 FTA 등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관세 철폐를 통한 시장접근 내용이 없다.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면서 앞서 언급한 4가지 분야의 협력이 핵심이다. 특히 중국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던 부분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자는 차원이지 중국과 완전한 디커플링(단절)을 도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정상회의에 화상 형식으로 참석하고 있다. 2022.5.23./사진=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중국은 “분열을 도모하고 있다”고 반발해 사실상 중국 배제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2017년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처럼 보복에 나설지 우려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IPEF 출범과 관련해 “자유무역을 추진해야지 보호주의를 추구해선 안된다. 미국은 보호주의를 앞세워 자신들이 추진해온 TPP를 탈퇴하고 자유무역에 맞서고 있다”면서 “미국은 지역협력 구조에 충격을 줘선 안된다. 인위적인 디커플링, 기술 봉쇄, 산업사슬 단절 등을 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중국은 이미 지 지역의 절대 대다수 국가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각국의 이익과 융합돼있다”며 “어떤 틀로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해도 결국 고립되는 것은 그들 자신일 것”이라고 말해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으로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이 별도로 기술 및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한 것이므로 자신들을 겨냥했다고 보고 긴장할 수밖에 없지만 사드 배치에 반발했던 것처럼 당장 보복 조치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PEF가 시작 단계여서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사드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문제였지만 IPEF에는 다수의 국가들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보복을 하더라도 어느 수준으로 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정부가 중국과 어떻게 협의할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24일 우리나라의 IPEF 가입에 대해 중국이 우려를 표명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에 출범하는 IPEF가 대중 견제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중국 측도 이러한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대한민국 정부는 IPEF가 지향하는 바가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인도·태평양 질서 속에서 어떻게 하면 미래성장을 담보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그리고 마땅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을 포함해서 이번에 참여하게 될 많은 국가들은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향후 IPEF 규범을 형성하는 과정 등에서 중국과도 긴밀하게 상호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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