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현대ENG 등 현대가(家), 글로벌 원전 사업 본격화
정부 탈원전 정책 노선 변경 등 영향…한미 '원전동맹' 기대
[미디어펜=김준희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의 건설 계열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원전에 꽂혔다. 사업 다각화 필요성과 정부의 ‘탈원전’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다. 특히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원전동맹’을 선언하면서 원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원자력 회사와 협력해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전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 초소형모듈원전(MMR) 조감도./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미국 원자력 회사인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국내 기업 최초로 대형원전 글로벌 사업에 진출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전 세계 약 50% 이상 원자력 발전소에 원자로와 엔지니어링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개량형 가압경수로 노형 ‘AP1000' 시공을 맡는다.

대형원전은 물론 SMR과 원전해체 등 관련 사업도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와 올해 미국 원자력 기업 홀텍과 각각 SMR 글로벌 독점 계약, 원전해체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홀텍과 함께 160MW급 경수로형 소형 모듈 원자로인 'SMR-160' 모델 개발 및 홀텍 소유 인디안포인트 원전해체 사업에 참여한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원전 건설 수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1978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월성1·2호기, 한빛1~6호기, 신고리1~4호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등을 지었다.

최근에는 한전원자력연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원전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SMR 등 에너지 전환 신사업을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선도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원전, 소형원자로 비교./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원자력 사업을 전담하는 전문 조직을 새롭게 꾸렸다. 기존 팀 단위 조직이었던 원자력부문을 ‘원자력사업실’로 격상했다. 기존 원자력 분야 인력에 설계 인력을 보강하고 외부 전문 인력까지 영입해 원자력 영업·수행을 담당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985년 원자력발전소 설계사업 진출을 시작으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설계용역, 네덜란드 오이스터 연구용 원자로 사업 등을 수행해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특화된 분야는 초소형모듈원전(MMR)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5년 미국 원자력 전문기업 USNC와 MMR 개발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올해 1월 USNC와 300억원 규모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해 MMR 글로벌 설계·시공·조달(EPC) 사업 독점권을 확보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사업조직 개편을 기반으로 소형원자로(SMR, MMR) 및 수소 생산, 원전해체 및 핵주기, 연구용원자로 및 핵연료제조시설 사업 추진에 나선다. 또 SMR 고유 기술 확보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크리스 싱(왼쪽) 홀텍 CEO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 협력 계약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원전 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몇 안되는 건설사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시공, 현대엔지니어링은 설계 분야에서 각각 원전 사업 실적을 쌓아왔다.

특히 최근 정권 교체로 인한 탈원전 정책 변화와 함께 최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국이 SMR 개발과 판매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면서 관련 산업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SMR은 새로운 분야인 만큼 지속적인 투자와 협력을 통해 미래사업으로 준비해나갈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SMR 등 원전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도 "지금까지는 설계 위주로 실적을 쌓아왔지만 향후 SMR, MMR 등 사업 진출을 통해 시공까지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대외환경 변화와 함께 원자력사업실 신설로 원전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