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문화 뿌리 깊어...과소 대표성, 비공식 노동 불인정, 여성 폭력 존재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농촌사회에서 여성농업인들에 대한 차별 대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사회에서 모든 노동의 절반 넘게 여성들이 하고 있지만,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에 따르면, 농촌 지역사회에서 여성들은 농업 및 가사 노동은 물론, 지역사회의 돌봄 및 관리 영역까지, 모든 일의 절반 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농업인들의 위상은 조력자 또는 주변인에 머물고 있으며,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지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농업인의 52.5%는 농촌사회 일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공헌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실증 실험. 여성이 공동 경영주임을 상징하는 사진/사진=경기도 제공


농경연 설문조사 결과, 지역사회에서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가부장적 문화'가 모든 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여성농업인의 지위에 대한 주관적 인식은 대체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여성의 과소 대표성, 비공식 노동에 대한 불인정, 성별 분업, 여성에 대한 폭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농협의 여성 조합원 비율은 지난 2020년 기준 33.3%를 차지하고 있지만, 임원은 9.0%에 불과했다.

또 여성농업인의 노동 부담이 과중함에도 불구하고, 마을 공동 밥상과 돌봄 활동은 여성농업인들이 전담해야 하고, 이를 마을에 대한 '의무적 봉사'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공식적 보상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성희롱, 사생활 침해, 정상 가족 강요 등 '인권 범죄'도 확인됐다.

특히 청년 여성농업인이 이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농경연은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 과제로, 민간 부문에서는 구성원 간 연대와 소통의 확대를 통해 공동체적 대응, 여성의 주체적 참여, 조직화된 접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민간의 이런 시도를 행정기관이 적극 지원해야 하며, 협동조합 같은 공식화된 조직 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책적으로는 여성농업인의 대표성 강화를 위한 노력, 지역사회 비공식 노동 활동의 조직화 및 제도화, 성평등 교육 확대, 안전한 농촌 만들기, 지방자치단체의 여성농업인 정책 추진 체계 개선 등을 권고했다.

임소영 농경연 연구위원은 "여성농업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남녀 공동 경영주' 제도가 정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그 권한과 자격 요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인의 유형을 경영주와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구분하고, 경영주의 범위 안에 '공동 경영주'를 포함시키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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