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주가연계증권(ELS)이 판매 경쟁 과열로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려다 보니 기대 수익은 크지만 안전성은 떨어지는 자산의 편입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ELS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운용자산의 질은 오히려 점점 떨어지면서 고객 피해는 물론 금융시장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이 ELS 및 파생결합증권(DLS)의 헤지운용채권 신용등급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AAA 등급 채권의 비중이 2012년 45.9%에서 2013년 43.3%, 2014년 9월 39.5%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ELS를 발행하는 금융투자회사는 나중에 줄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입자금의 상당 부분을 위험회피(헤지·Hedge)용으로 운용하는데, 최근 몇년 새 이 헤지자산의 질이 나빠진 것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AAA보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AA 등급 채권의 비중은 43.6%, 45.2%, 48.0%로 증가했고, A등급 이하의 채권 비중도 10.4%, 11.6%, 12.5%로 증가세를 보였다.

국공채, 산금채, 은행채 등 신용도가 높은 AAA 등급 채권 비중은 줄이고, AA 등급 이하의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나 회사채의 비중을 높인 결과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채권의 수익률은 높다. 헤지자산을 통상적인 투자수단인 예금이나 채권이 아닌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경우도 생겼다. 최근 현대증권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ELS 헤지운용자산의 일부를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ELS 헤지운용자산의 구성이나 신용등급별 투자한도에 관한 구체적인 감독규정은 없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률을 더 내야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건전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운용자산의 건전성 악화는 ELS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ELS 발행현황(파생결합사채·ELB 포함)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ELS 발행금액은 24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4.4%나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예금 가입자들마저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ELS에 관심을 돌리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최근 낸 2014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ELS·DLS 발행액이 늘어나면서 증권사와 다른 금융기관 간 상호연계성은 더욱 커져가는데 헤지자산의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 최우량 등급의 채권이 아니고서는 거래가 어려워져 유동성이 악화하는데 우량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는 고객의 환매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가 다른 금융기관으로 전이돼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에 따라 ELS·DLS 투자자산의 위험관리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객도 투자상품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DLS 투자자산으로 신용등급이 현저히 낮은 자산이나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