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헬로...끝”…김정은, 한미일 동시 겨냥 전술 핵능력 실험
미 언론 “전략적 인내에 가까워져”…안보리 추가 대북제재 무산
‘대북정책 이어달리기’ 되려면 文정책 뒤집기보다 보완 방식돼야
전봉근 “핵위기 북한 탓만? 정상간 소통 필요 잠정합의 준비해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핵능력 고도화에 거침이 없다. 지난 3월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단행해 모라토리엄을 파기했고, 5월 들어서도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KN-25)에 이어 25일 ICBM ‘화성-17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2발을 섞어서 3발을 잇따라 발사하는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탄도미사일을 23차례나 발사했고, 7차 핵실험까지 마친 상황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5일 북한의 핵실험 준비 동향에 대해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장치 작동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 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25일 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섞어서 3발을 잇따라 발사한 것은 미국과 한국,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전술 핵능력을 실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에 도착하기 2시간 전 시점에 맞춰졌다.

이 같은 북한의 군사행동은 이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예고한 대로 선제적 핵공격 위협을 높이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을 최대한 급속도로 더욱 강화해 발전시킬 것”이라면서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 일명 ‘4.25 핵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처럼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의지가 명확하고,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실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 언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되 서둘러서 당근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인내’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 ‘김정은과의 만남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그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진지한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란 질문에 “안녕하세요(헬로·Hello)”라고 말하고, 잠시 뜸을 들인 뒤 “끝(Period)”이라고 말을 마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답변은 미국 측에서 더는 할 일이나 할 말이 없으며, 북한 측이 답변해야 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하겠다’ 등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아무런 응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거부해온 사실이 있다.

하지만 미 언론의 “전략적 인내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처럼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인도적 지원 외에 아직까지 전략이라고 보일 만한 것이 제시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실용적 접근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도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아닌 새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2일 오산 공군기지를 시찰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2022.5.22./사진=대통령실

이번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북정책은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한 ‘행동 대 행동’ 대응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확히 1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대통령이 ‘판문점선언’ 및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계승한다고 명시한 합의문과 대비된다.    

한미 간 합의된 '행동 대 행동' 대응 방식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단행된 북한의 무력도발에 적용됐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줄이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을 상정한 것. 하지만 26일(현지시간) 진행된 표결에서 새 결의안은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을 달래는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북한 달래기’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브레터’는 더 이상 없다는 것으로 ‘톱다운 방식의 대화도 없다’는 말이 된다. 이는 대북정책의 연속성보다 '뒤집기'를 강조한 것에 해당된다.   

하지만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말처럼 대북정책은 '이어 달리기'가 되어야 하고, 그렇다면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보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북한 정권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정책의 문제점은 톱다운 방식의 대화가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되지 못한데 있다. 하지만 협상에는 정상간 소통이 필요하고, 대화가 시작되면 지난 정상간 선언이 새로운 합의의 근거가 될 수밖에 없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30년간 반복된 북핵 위기의 재발 원인은 모든 문제를 북한 탓으로 돌린 것에 있다는 지적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는 말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지난 10일 발간한 ‘북핵 동향 평가와 성과 지향 북핵정책 모색’ 보고서에서 “우리는 북한의 저항성과 내구성을 곧잘 잊는다. 더욱 강력한 제재압박으로 북한의 굴복을 얻어내 핵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면서 “그런데 세계 어디에도 제재압박만으로 핵개발을 포기시키거나 국가안보 노선을 변경시켰다는 사례를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미국 정부는 이란의 핵합의 복귀 협상을 거의 마무리 중으로 이란 핵 문제가 일단락되면 다시 북핵 문제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우리가 바라는 완전한 핵신고 및 일괄 핵폐기가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고, 낮은 단계의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잠정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전 교수는 “이런 상응조치를 담은 ‘비핵화 로드맵’을 준비한다면 북핵 협상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북한의 일인지배체제와 이란핵합의를 보더라도 핵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정상간 소통이 필수적이고, 5년마다 바뀌는 대북정책으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우니 국민합의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대북정책 추진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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