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13개국·반대 2개국…상임이사국 만장일치 안돼 채택 무산
2397호 ‘유류 트리거 조항’ 근거…안보리 결의 최초 부결 사례
외교부 “북 잇단 탄도미사일·핵실험 가능성에도 불발 깊은 유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이 회의에 상정됐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못했다. 

안보리는 26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줄이는 내용 등이 담긴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는 찬성 13개국, 반대 2개국으로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거부권으로 결의안 채택이 불발됐다.

안보리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도 반대하지 않아야 통과된다.

이번 표결은 한국시간으로 25일 한·일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귀국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3발의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지 이틀 만에 열렸다. 

5월 안보리 의장국은 미국으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2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지난 4년간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의 대북제재 강화를 막아온 것을 언급하며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암묵적 용인을 중단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25일 ICBM 발사를 포함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3차례에 걸쳐 시험발사한 것에 대응한 것이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2017년 12월22일 안보리가 대북 결의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후 첫 대북제재안 표결이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대북 유류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 ‘유류 트리거 조항’이 추가 대북제재 추진의 근거가 됐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사진=유엔 홈페이지

미국은 이미 지난 3월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 안보리 이사국들과 논의를 해왔다. 결의안에는 북한의 원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40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정제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50만 배럴에서 37만5000 배럴로 각각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미국은 북한의 원유와 정제유 수입 상한선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찬성표를 늘리기 위해 감축량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이 광물연료, 광유(석유에서 얻는 탄화수소 혼합액), 이들을 증류한 제품, 시계 제품과 부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과 함께 애연가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겨냥, 북한에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방안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단체 라자루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담당하는 조선남강 무역회사, 북한의 군사기술 수출을 지원하는 해금강 무역회사, 탄도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군수공업부의 베트남 대표 김수일을 자산 동결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도 추가 제재안에 포함됐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신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무산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 의지를 밝혔다.

외교부는 27일 “신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 15개 이사국 중 13개 이사국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2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동 결의안이 부결됐다”면서 “이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최초로 부결된 사례로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지속되고 있고, 핵실험 강행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채택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응하고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 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정부는 이번 표결에서 나타난 대다수 이사국의 의지를 바탕으로,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를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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