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성완종 리스트’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완구 국무총리의 말 바꾸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해명 과정에서 계속되는 엉뚱한 발언 때문에 여론이 악화됐다.

마침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와 때를 맞춰 시작된 국회 대정부 질문은 ‘이완구 청문회’나 다름없었다. 특히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 총리가 지난 2013년 4월4일 독대한 사실이 있다는 의혹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이 총리는 지난 15일에는 “그날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16일에는 “기억에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해명이 오락가락하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터져 나왔고, 이 총리는 급기야 “충청도 특유의 말투 때문에 말을 바꾼 것으로 오해가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이 총리가 처음에는 “성 전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없다”라고 말했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나올 때마다 말이 바뀐 문제를 놓고 특정 지역의 어투를 핑계삼는 것은 엉뚱한 책임전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에 대해 “19대 국회에서 본 게 전부”라고 답했다가 23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자 “속내를 터놓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했다.

대정부 질문에서 애매모호하게 답한 적도 많았다. 이 총리는 권은희 새정치연합 의원이 ‘2012년 10월23일 성 전 회장과 서울 매리어트호텔에서 만나 식사한 사실이 없느냐고 묻자 “저는 만난 사실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남 말 하듯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총리는 동문서답도 종종 내놓았다. 박광온 의원이 지역신문 보도 내용을 제시하면서 “기억나냐”고 추궁하자 “그런 심정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4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만약 제가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의혹이 커지면서 ‘시한부 총리’ 위기에 몰린 이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순방길에 오른 17일에는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이 이 총리에게 일침을 가했다. 노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완구 전혀 흔들림없이 국정 수행하겠다’는 제하의 기사를 링크하고, “이쯤되면 식물총리가 아니라 동물총리”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이완구 총리는 자신의 무덤을 너무 깊이 팠다”며 “거듭된 거짓말로 계속 삽질해서 이제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까지 내려가 버렸다”고 덧붙였다.

노 전 의원은 또 “대통령은 묻어버리지도 구하지도 않고 12일 후 결정하겠다며 나가 버렸다. 민폐다. 무책임의 극치다”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17일부터 국정의 책임자가 된 이 총리는 19일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직무대행 사흘만에 첫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이 총리의 운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일까지 열흘 간 여론과 검찰 수사의 향배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순방길에 나서기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만나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순방 귀국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검찰은 이 총리 측 계좌 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금흐름 분석 작업을 최대한 서둘러 관련자 소환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