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29일 이례적으로 회담없이 외교장관 공동성명 발표 등 협력 강화
‘안보리 무용론’ 속 북중러 동시 압박 위한 한미일 공조 신속한 실행 중
다음 달 3일 서울서 한미일 대북특별대표 협의 시작으로 릴레이 외교전
박진 외교장관 방일 성사 시 2년 반만에 한일정상회담 개최 조율 가능성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 들어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이 3자 협력 강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로 중국 견제에 한목소리를 낸 다음 29일 이례적으로 회담없이 한미일 3국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5월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두발을 섞어서 잇따라 쏘는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미국이 주도해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불발됐다.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은 북한의 ICBM 도발과 핵실험 준비 정황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무용론’이 불거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중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은 지난 2월에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하와이 호놀룰루 회담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에 한미일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하면서 추가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한 안보리 결의들의 완전한 이행 협력 강화를 약속하면서 북한의 협상 복귀와 코로나19 지원 제의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윤석열정부가 경제·군사안보 모두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에 나서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일정상회담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해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는 물론 징용 배상 및 위안부합의 등 과거사 문제를 모두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한일정상회담 의제를 협의하기 위한 한일 외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 한미일 협력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우선 다음 달인 6월 3일 서울에서 열리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간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스타트를 끊을 예정이다. 한국의 새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북핵대표가 만나는 것은 처음으로, 지난 2월 중순 하와이 호놀룰루 회동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이어 다음 달 둘째 주로 예상되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간 한미일 외교차관협의가 열린다. 당초 6월 초 개최가 유력했지만 셔먼 부장관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3국이 돌아가며 개최하는 차관협의는 지난해 11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바 있다.

이후 박진 외교부 장관이 다음 달 중·하순 무렵 미 워싱턴DC와 일본 도쿄를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각각 한미·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협의되고 있다. 박 장관의 일본 방문이 성사되면 정상회담 추진을 비롯한 한일관계 개선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 외교장관이 장관회담을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2017년 12월 당시 강경화 장관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한미, 한일 간 릴레이 외교가 이어지면서 다음달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될지 주목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은 일단 다자회의를 통해 만난 뒤 단독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2년 반만에 열리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을 계기로 가진 양자회담이 마지막이었다. 오랜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한일 정상이 마주앉는다고 해도 인적교류 확대 등 상대적으로 쉬운 사안부터 의제로 삼으려 할 수 있다.

다만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7월 참의원선거를 앞둔 일본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박 장관의 방일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 취임식 때에도 한국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참석을 기대했으나 일본정부가 하야시 외무상을 파견하는 등 일본 내에 한일정상회담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징용배상판결 해결책을 한국이 제시하라는 일본정부의 요구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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