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안병훈 이영훈 등 참신한 새총리 물망...국정동력 회복 계기로

   
▲ 조우석 문화평론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린 이완구 국무총리가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여권 내의 자진 사퇴론에 더해 빠르게 나빠지는 국민여론 등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그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은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27일 귀국하기 전까지는 이 총리가 사퇴 여부를 밝히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주류를 이뤘다. 그게 단 하룻밤 새 뒤집혔을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던 셈이다. 지금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당장 차기 총리 인선을 놓고 고심 중이다. 흘러나오는 정보는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내세운 와중에 정치인 출신 총리 카드는 굳이 뽑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 점 일리가 있으며 원칙에도 맞다.

황교안 총리 카드는 황급한 ‘땜질 인사’ 이미지 줄 듯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현 내각 출신에서 총리 인선을 검토한다는 기류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안대희, 문창극 등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 전례에 비춰 빠른 수습을 원하는 게 마음일텐데, 그건 여러 가지로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너무 쫓기듯 이뤄지는 ‘땜질 인사’ 이미지부터 걸린다.
 

그렇게 황급하게 출범할 경우 필자가 어제 제언한대로 비상 구국내각을 이끌며 현 국정 표류의 상황을 돌파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국정운영에 미숙함을 드러낸 게 사실인데, 그게 인사문제에서 유독 두드러졌다. 황교안 카드는 또 한 번의 마음만 급한 인사일 수 있다. 때문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 속담을 되새겨봄직하다.
 

잇단 악재와 대형 복합위기를 정부는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래서 대통령 임기 3년차의 분위기를 너끈하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거의 유일한 묘수는 비상 구국(救國)내각의 구성과, 이걸 진두지휘할 참신한 새 총리 임명에 달려있다.
 

어제 칼럼에 이어 거듭 천명하는 바이지만, 구국내각과 새 총리는 우리가 원하는 경제 회복과 종북세력 잔재 청산 그리고 정치개혁이라는 3대 과제 해결에 정진해야 한다. 그것의 성공 여부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거국내각(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배경으로 하지 않은 내각)이 아니라 비상 구국 내각에 달려있다. 

   
▲ 성완종 리스트에 휘말린 이완구 총리의 사의로 새총리 인선이 중요해졌다. 새총리로는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둔 사람으로, 박근혜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참신한 후보가 발탁돼야 한다. 페루를 방문중인 박대통령이 현지 교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국정 표류에 마침표를 찍을 새 총리가 갖춰야 할 덕목에도 쉽게 합의할 수 있다. 우선 기성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둬온 인사이어야 할 것,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걸어온 이 정부와 국정철학을 공유할 것, 그리고 카리스마를 가지고 개혁에 뒤따르는 반대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것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비상 구국내각을 지휘할 새 총리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사실상의 책임총리다. 책임총리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렇게 임명된 새 총리는 한편 당 대표, 원내대표, 청와대 비서실장 4인과 함께 국정협의체를 구성하는 폭넓은 국정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새 총리 후보 세 명에 대한 짧은 품평회

그러면 그런 기준에 합당한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왜 진즉에 발탁되지 않았을까를 사람들은 묻겠지만, 주변에 사람은 아주 없지 않다. 시선을 넓혀 멀리 보는 것도 필요하고, 대통령 주변에서 찾는 것도 방법이다.
 

주변에서 사람을 찾을 경우 김경재(73) 홍보특보를 우선 생각해볼 수 있다. 대통령과 성향이 사뭇 다르고, 정치적 배경 역시 야권에 뿌리를 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연초에 특보로 임명된 직후 그는 짧은 시간에 대통령을 훌륭하게 보필하는데 성공했다.
 

가장 전면에 서서 활동하는 에너지도 박근혜 정부 인사 중에서 돋보였는데, 그를 본래 홍보특보보다 정무특보로 임용하려했던 게 청와대의 의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김 특보는 쓰임새가 넓으며, 뛰어난 정무감각을 갖춘 게 미덕이다.
 

김 특보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총리 감으로 순수한 학자 출신의 이영훈(64)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목하는 이도 없지 않다. 그가 가진 장점은 무엇보다 확고한 국가관이다. 그가 쓴 <대한민국 역사>, <대한민국 이야기> 등은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관을 가장 잘 반영한 저술이다.
 

그가 학자 이미지에 더해 생각 이상의 강골(强骨)이라는 점도 구국 내각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다만 이런 강점은 동시에 약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즉 그가 식민지 근대화론을 대표하는 학자로서 10년 전 정대협 등 반일 민족주의 좌파와 갈등을 겪은 점이 청문회 통과 때 난항을 겪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보다 훨씬 위력적인 카드가 기파랑 안병훈(77) 사장이다. 조선일보 부사장 출신의 언론인으로 그만한 중량급 이미지에 두터운 주변의 신망 그리고 추진력을 가진 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앞에서 제시한 새 총리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추기도 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주자 당내 경선 때 박근혜 캠프를 지휘했던 경험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말해준다. 문제는 그가 다소 고령인데다가 지금 국면에서 과연 썩 나서줄 것이냐 하는 점이다. 다만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충분히 고려해볼만하지 않을까?
 

좋다. 김경재 특보가 됐건, 이영훈 교수 혹은 안병훈 사장이 됐건 비상 구국내각을 지휘할 새 총리 후보자를 널리 보고 빠른 시일 내 찾아내는 건 이 정부 성공에 초미의 과제다. 남은 건 정부의 결단뿐이다. 어제 오늘 한국사회의 ‘정부 있는 무정부 상태’ 상황을 빠른 시일 내 종식시키고, 박근혜 정부 성공을 이끌 담대한 인사를 우리는 기다린다. /조우석 논설위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