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규모 넉달만에 최고치…신용융자 잔고 여전히 높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국내외 증시가 극심한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까지 급락하면서 지난 2-3년간 공격적으로 투자시장에 뛰어들었던 개인투자자(개미)들의 포지션에도 위험신호가 들어왔다. 특히 빚을 내서까지 투자를 감행했던 ‘빚투족’ ‘영끌족’ 등은 주식 하락으로 반대매매(강제처분)를 당할 가능성이 급증하고 있다.

   
▲ 지난 2-3년간 공격적으로 투자시장에 뛰어들었던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최근 하락장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김상문 기자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개미들을 코너로 몰고 있다. 일단 이번 주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란히 연저점을 경신한 상태다. 코스피는 2500선이, 코스닥은 800선이 무너졌다. 이날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수가 나란히 반등하고 있지만 그동안 떨어진 낙폭을 감안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환율 리스크도 여전하다. 달러당 1300원 돌파 위기는 한시름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1285원선 수준의 높은 환율이 유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290원대로 올라서는 등 최근 수준으로 올랐던 것은 지난 2009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격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9일 8140만원 대비 거의 3분의 1 수준인 2800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더리움 역시 150만원선을 맴돌며 비슷한 수준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대형 주식‧가상자산 카페들에선 스스로의 손실률을 자조적으로 고백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가운데 빚을 내서 투자를 감행한 이른바 ‘빚투족’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4개월 만에 최고치인 260억 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도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매매가 많아지면 주식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 자체가 하방 압박을 받기 때문에 낙폭이 더욱 커지는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21조6085억원으로, 올해 초 23조원과 비교하면 다소 꺾였지만 이 금액이 지난 2020년 중반까지 10조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를 시작한 개미들은 지금이 사실상 처음으로 경험하는 하락장일 것”이라면서 “담보부족 계좌 수가 급증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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