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로5구역 정비계획안' 수정 가결
[미디어펜=이다빈 기자]국내 최고령 아파트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 외부 전경./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18일 방문한 충정아파트는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85년의 역사를 간직한 최고령 아파트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지 내부에 들어서면 삼각형 형태의 중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중정 3개의 면을 복도식 5층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중정 가운데에는 난방에 사용되는 기둥이 옥상까지 솟아있다. 

단지 내 복도에서 간간히 세대 내부의 TV 소리나 말소리가 새어나오는 등 주민들은 철거 발표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해온 익숙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충정아파트에 10년 넘게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70대 A씨는 "10년 전부터 철거 이야기가 나왔는데 주민 간의 합의가 쉽지 않아 매번 연기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아파트가 철거된다고 하니 발표가 나고 보러오는 사람들은 많지만, 주민들은 실제 철거까지 시간이 꽤 소요될 걸 알고 있어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 충정아파트 단지 내 굴뚝과 복도 난간 모습./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5일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충정아파트 철거 관련 내용을 담은 '마포로5구역 정비계획안'이 수정 가결됐다. 

충정아파트는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7년(서울시 건축물대장 기준) 준공된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아파트이자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국내 최초 아파트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지역 유산을 지키는 차원에서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나 안전 문제와 주민 갈등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철거가 결정났다. 서울시는 대신 같은 위치에 충정아파트의 역사성을 담은 공개공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85년의 역사를 간직한 충정아파트는 지어질 당시에는 건립자 도요타 다네오(豊田種松)의 이름을 따서 '도요타아파트'로 불렸다. 1970년대에는 '유림아파트'로 그 이후엔 지금의 '충정아파트'로 명칭이 바뀌었다. 층수는 본래 4층에서 5층으로 증축됐다.

   
▲ 충정아파트 내 삼각형 형태의 중정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충정아파트 내 상가에서 약 40년 간 재물포를 운영 중이라고 밝힌 B씨는 "내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도 이미 연식이 30년이 넘은 건물이었지만 당시 아파트가 많이 없어서 고급 건물이자 고급 아파트라는 인식이었다"라고 말했다.

B씨는 "유림아파트 시절에는 지금보다 단지 앞 대로까지 규모가 컸고 도로를 확장하면서 단지가 축소됐다"며 "그 이후로는 40년 넘게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왜 때(일제강점기) 지어진 건물이라 겉에서 보면 몰라도 들어와 보면 독특한 점이 꽤 있다"라며 "아파트 중정 가운데서부터 시작해 옥상 외부까지 쭉 솟은 굴뚝도 일본식 건축인데 지금보면 낯설어 보이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흔한 건축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마포로5구역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보존 필요성이 인정된 충정각은 보존요소를 고려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보전정비형 정비수업이 적용된다. 서울시 문화재 위원회는 충정각이 1900년 초 서양식 건축물로 당시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고 서울에 남아 있는 서양식 건축물 중 유일하게 첨탑(터렛)을 가지고 있어 보존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 충정아파트 단지 내 복도 모습./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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