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콘·인터내셔널·판토스 등 고른 성장세
한기평·나신평, 하우시스 수익성 의문…강등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출범 1년 남짓 된 LX그룹이 사세를 무서운 속도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각 계열사들은 구본준 회장의 뜻에 따라 인수·합병(M&A)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LX하우시스는 실적 부진에 신용 등급 하락 등 부침을 겪고 있다.

   
▲ LX그룹 로고./사진=LX홀딩스 제공

20일 재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소재 9900㎡(약 3000평) 규모의 부지에 방열 기판 공장을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열 기판은 반도체 가동 중 생기는 열을 빠르게 외부로 내보내는 부품으로, 자동차 내 전자 장비와 부품 등의 내구성·안정성을 제고하는데에 꼭 필요하다. 전기 자동차 시장 또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고전력 반도체 사용량 확대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LX세미콘은 지난해 일본 방열 소재 기업 'FJ 컴포지트 머티리얼즈' 지분 30%와 유·무형 자산을 총 70억원에 인수해 관련 사업 진출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전력 반도체-방열 기판 사업 간 시너지로 친환경 자동차와 신재생 에너지 분야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 LX인터내셔널이 인수한 전북 군산 한국유리공업 공장 전경./사진=LX인터내셔널 제공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장기화로 글로벌 원자재 시황이 요동치는 등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가운데 LX인터내셔널은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원화 약세와 판가 상승으로 양호한 업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유 사업을, 자회사 LX판토스를 통해서는 물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와 트레이딩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흥국증권은 올해 LX인터내셔널이 매출액 19조483억원, 영업이익 866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비 각각 14.2%와 32.0% 증가한 수치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강세가 계속 이어지는 등 현 상황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LX인터내셔널의 실적 호조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LX인터내셔널은 한국유리공업(한글라스)도 인수해 신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자재 기업 LX하우시스와 수직 계열화를 통해 무리 없이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휴가철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 인테리어 업계가 호황이라는 점도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 제니스 9 셰프 다이닝./사진=LX하우시스 제공

반면 LX하우시스는 경영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69억3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3억8600만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른 탓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신용 등급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강제 상환한다는 옵션을 걸면서까지 사모채 2년물과 5년물을 각각 600억원씩 총 12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한국기업평가가 LX하우시스의 신용 등급을 AA-로 유지하는 대신 '안정적'으로 평가하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한 것과 관계가 있어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해 6월 LX하우시스의 신용 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내렸다. 신용 평가회사들이 LX하우시스에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건 고유가 기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원자재값도 덩달아 올라 수익성이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은 LX하우시스에 대해 원자재 가격 급등 같은 변수로 인해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LX하우시스는 지난 2월에 슬로바키아 자동차 부품 자회사 'c2i'를 한국카본에 매각해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자동차 부품 회사과 산업용 필름 사업에 관한 울산·해외 사업장도 매각해야 해 아직 구조조정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LX하우시스 관계자는 "PVC와 같은 건자재를 취급하는 업계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석유 가격 상승에 따라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 유가가 안정화 되는 시점부터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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