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후 혼란 지속…“개선 통해 실효성 높여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중대재해처벌법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법 시행후 5개월여 간 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모호한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회원사 및 주요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실효성 제고를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건의’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전경련은 △중대산업재해 정의 △중대시민재해 정의 △경영책임자등 정의 △경영책임자 등 안전보건확보의무 △도급 등 관계에서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안전보건교육의 수강 △종사자의 의무 △경영책임자등 처벌 △손해배상의 책임 등 총 9가지에 대해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 국회 본회의장 /사진=공동취재사진

전경련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처벌 대상을 경영책임자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처벌 대상에 올라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경련은 “안전보건에 관해 인력, 예산 등의 최종 권한을 가진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있을 경우 대표이사 책임이 면책 가능한지 묻는 기업들이 많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각기 다르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강력한 형벌을 부과하고 있는만큼 명확성에 대한 요구가 엄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정의도 합리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중대산업재해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라고 규정했는데, 재해 강도를 고려하지 않아 통원치료만으로 회복 가능한 경미한 질병도 중대재해에 포함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경련은 중대시민재해를 정의하고 있는 ‘특정 원료’ 라든지,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 등에 대해서도 각각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충실히 수행’이라는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표현의 개선도 요구했다. 법률과 시행령상 불명확한 개념이 법 집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경련은 고용관계에 있지 않아 구체적인 지휘·감독도 할 수 없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서까지 동일한 의무를 져야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비해 미국은 안전 규정을 고의로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6개월 미만 징역, 독일은 고의·반복적으로 안전 규정을 위반하여 근로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경우 징역 1년 이하 징역 등으로 처벌하고 있다.

전경련은 하한형으로 부과한 처벌을 상한형 방식으로 바꾸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폐지를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경영책임자등이 안전보건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경우에는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면책 규정 명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기업들도 산업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해하고 대응하는데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이라는 산업안전보건 정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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