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소폭 하락 속 6월 셋째주 정제마진 배럴당 24.4달러
파라자일렌 등 비정유부문 수익성 향상 기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제마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성 향상이 점쳐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석유제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6월 셋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24.4달러로, 전주 대비 2.3달러 높아졌다. 이를 포함한 2분기 정제마진도 20달러를 넘어섰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과 수송비 및 운영비 등을 제외한 값으로, 국내 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는 3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주의 경우 1배럴(158.9리터)의 원유를 정제해서 판매할 때마다 21달러(약 2만7086원)의 이윤을 창출한 셈이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제공

국내 업체들의 실적 전망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초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조원 안팎이었으나, 2조원 돌파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에쓰오일도 당초 8000억원 규모로 점쳐졌지만, 조단위 영업이익을 시현할 수 있다는 예상을 받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란산 석유 수출 관련 중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제재 △리비아 정치불안 △설비투자 부진 등을 꼽는 모양새다.

이 중 리비아는 지난해 일일 1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7~8위권의 산유국이었으나, 총리 퇴진 등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유전·원유 터미널·수출항을 점거하면서 10만배럴 안팎만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정유사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에도 생산량 확대를 꺼리는 점도 언급된다. 이미 정제설비 가동률이 94%에 달한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증설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 등 향후 수익성을 위협할 요소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생산량도 대폭 감소했다. 엑슨모빌과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P)이 호주 정유공장을 폐쇄했고, 베트남 최대 정유공장이 가동률을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1분기 호주·베트남향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1%·202% 급증한 바 있다.

   
▲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 주유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업계는 3분기에도 석유제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가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의 증산 요청을 거부하는 등 최근 1년간 OPEC+가 증산 계획(일일 482만배럴) 중 73.7%만 이행했다는 것이다.

고유가 기조에서 '캐시카우' 지위를 상실했던 비정유부문도 수익성 향상에 힘입어 지원사격을 강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벤젠의 경우 2015~2021년 평균 마진이 톤당 250달러 정도였으나, 최근 531.9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석유제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유사들이 수율을 조정한 것이 윤활기유와 파라자일렌(PX) 및 벤젠·톨루엔·자일렌(BTX)을 비롯한 방향족 화학제품의 마진 급등으로 이어졌다"면서 "이번달부터 정유사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일명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음에도 국제유가가 1%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글로벌 생산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항공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수급밸런스가 더욱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되고, 연간 실적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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