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로 실적 악화…고객이탈에도 '속수무책'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들어 시장이 급격한 부진에 빠지면서 고객들이 급속도로 이탈하는 등 국내 증권사들이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이탈 중인 동‧서학개미들을 잡고 싶지만, 마케팅 예산 감소로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이벤트를 전개할 수조차 없어 떠나는 고객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 최근 들어 시장이 급격한 부진에 빠지면서 고객들이 급속도로 이탈하는 등 국내 증권사들이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세전광판 모습. /사진=김상문 기자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근본적인 원인은 증시 부진에서부터 비롯된다. 코스피 지수는 2400선이 무너진 것은 물론 2300대 초반까지 지수가 내려와 있는 상태다. 한때 ‘동학개미’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선전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속절없이 무너지는 주가에 주식시장을 대거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영위 중인 거의 모든 증권사들은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기간을 보냈다. 그러나 올해 1분기부터는 순익이 거의 30% 가까이 급감하는 등 심상치 않은 변화의 조짐들이 관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증권사 1분기 영업실적을 종합하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58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5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50억원(31.2%)이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수수료 수익이 3조95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고, 고객들의 주식 거래를 중개한 대가로 받는 수탁 수수료 역시 1년 전보다 42% 급감했다는 점이다.

결국 증권사들은 새로운 영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구책을 내고 있다. 우선 주식 거래의 대세가 확실하게 온라인으로 넘어간 만큼 오프라인 점포는 계속 해서 줄여 나가는 추세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1076개 수준이었던 국내 증권사 오프라인 지점은 이미 160개 이상 감소해 현재 911개로 집계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 지출도 대폭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별도 기준)는 455억2891만원으로 전년 대비 3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만 해도 수수료 감소‧폐지 등 마케팅 전쟁을 벌였던 증권사들은 고객들의 대거 이탈에도 특별한 수를 쓰지 못한 채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도 해외주식 거래 고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전개되고 있지만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국내‧해외주식 모두 고객들이 줄어들면서 한정된 고객군을 대상으로 제로섬 경쟁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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