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토스·세미콘, LG그룹 계열사 의존도 낮춰야
LX그룹 "ESG 위원회 구성해 적정 수준 관리"
황용식 "거래처 다변화, 그룹 성장 가능성↑"
[미디어펜=박규빈 기자]LX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LG그룹과의 계열분리를 공식 인정받으로 새로운 성장가능성에 문이 열렸다. 

LG그룹과의 거래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된 LX그룹은 이를 계기로 새로운 판로망을 확보와 신사업 진출 등 독립된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 구본준 LX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X홀딩스·㈜LG 제공


24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3일 LX홀딩스를 포함한 12개사에 대해 독립경영 인정 요건을 채웠다며, LG그룹으로부터의 친족 분리를 인정했다. 

다만 공정위는 분리 이후 향후 3년간 독립경영 요건을 지키는지를 점검하며 분리요건에 충족하는지 관찰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기업 집단 분리 인가를 통해 LG그룹은 △전자 △화학 △통신에, LX그룹은 △반도체 △물류 △상사 업종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LX그룹은 △LX홀딩스 △LX세미콘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판토스 △LX판토스부산신항물류센터 △LXMMI △㈜그린누리 △㈜한울타리 △㈜헬리스타항공 △당진탱크터미널㈜ △㈜에코앤로지스부산 등 12개로 구성돼 있다.

계열분리를 인정받은 LX그룹은 LG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LX판토스와 LX세미콘(구 실리콘웍스)의 경우 LG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이 각각 58.6%, 24.2%로, 동종 업계 평균 20.1%, 3.9%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에 이번 계열분리를 계기로 LX그룹은 사업 다각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일감 확보다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X그룹 관계자는 "LX판토스와 LX세미콘은 외부 거래선 규모 확대와 해외시장 매출 확대, 신규 사업 진출 등을 모색해 LG그룹사들과의 거래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며 "상장 계열사들을 위주로 ESG 위원회를 설치해 내부거래 적정성과 거래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LX세미콘을 통해 매그나칩을 인수·합병(M&A)해 종합 반도체 회사로 키워낸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LX세미콘은 반도체 설계를 하는 팹리스 기업이고, LCD·PDP 패널의 화소 구동에 활용되는 DDI칩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그나칩 역시 같은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LX세미콘은 M&A를 통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외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게 되고, 제품군을 늘리는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LX세미콘이 옛 LG반도체의 명맥을 잇게 돼 범 LG 가문의 숙원을 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외에도 구본준 회장은 LX인터내셔널로부터 6875억원을 투자해 포승그린파워와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LX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친족 분리 규제로 LG그룹과의 거래량을 강제로 줄이게 됐다"면서도 "오히려 새로운 사업 영역과 거래처들을 찾아 사세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친족 분리를 통해 복잡한 출자 고리로 연결된 대기업 집단이 규모가 줄어 소유·지배 구조가 명확해져 경제력 집중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 당국은 앞으로 3년간 LG-LX그룹 간 부당 내부 거래 등에 대해 면밀히 따져보고, 제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조 3항에 따라 계열 분리를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