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다음달부터 신용대출 한도 푼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현재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던 신용대출 규제를 다음달부터 폐지한다. 신용대출 한도가 풀렸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나온다. 

   
▲ 주요 시중은행들이 현재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던 신용대출 규제를 다음달부터 폐지한다. 신용대출 한도가 풀렸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로 인해 대출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다음 달부터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대출자의 연봉·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는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행정지도로서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에 명시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한도를 철저히 대출자의 연소득 범위 내로 묶어왔다.

하지만 해당 규정의 효력 기한이 이달 말로 이후 연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달부터는 금융 소비자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만 충족하면 연봉보다 높은 수준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은 신용등급·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대 연봉의 2배까지 신용대출을 해줄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개인 신용대출의 한도를 기존 10∼100%에서 30∼270%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출자에 따라서는 연봉의 최대 2.7배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농협은행은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소호대출) 한도도 '소득의 305%'까지 올리기로 했다. 다만 개인 신용대출과 소호 신용대출이 각각 2억5000만원, 1억6000만원을 넘을 수는 없다.

신한은행도 다음 달부터 '연봉이내' 한도 규제를 폐지한다. 한도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직장인의 경우 연봉의 1.5∼2배, 전문직의 경우엔 2배 이상의 신용대출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같은 날부터 신용대출 관련 연소득 규제를 일제히 풀기로 했다.

신용대출 한도가 가계대출 규제 이전 수준으로 풀렸지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대출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842~5.86%에 이른다. 금리 상단이 연 6%에 가까운 수준까지 도달한 가운데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네 차례(7·8·10·11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는 연 2.75%~3% 수준까지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폭(1.0~1.25%포인트) 만큼 시장금리와 이에 연동한 대출금리도 함께 올라 연말에는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9%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주춤하면서 은행들도 영업 차원에서 우대금리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적금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한도를 가계대출 규제 이전 수준으로 늘린다고 해도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로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라며 "은행들이 영업 차원에서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등이 늘어나면서 금리를 무턱대고 낮출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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