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심 약화, 실적 의구심 한몫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기업 공개(IPO) 재수 끝에 코스닥 입성에 성공한 약물 설계 기업 보로노이의 주가가 첫날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IPO 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 24일 오전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 홍보관에서 보로노이의 코스닥 시장 상장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라성채 한국IR협의회 부회장,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김현태·김대권 보로노이 대표이사,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강성범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보로노이는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시초가는 공모가(4만원)보다 10% 낮은 3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오전 11시 기준 주가는 시초가 대비 5000원(13.89%) 빠진 3만1000원에 거래 중이다. 공모가와 비교하면 약 22.5%나 빠진 셈이다. 

보로노이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 지난 2015년 설립됐다. 카이네이스(인산화효소) 정밀 표적 치료제를 중심으로 비소세포폐암과 유방암, 자가면역질환, 퇴행성뇌질환 분야에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표적 치료제란 정상세포에는 손상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특히 실험실과 인공지능을 연계한 플랫폼 ‘보로노믹스’를 통해 기술이전이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독자 개발해 전임상~임상 1,2상에서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최근 3년간 총 4건의 기술 수출을 통해 2조1000억원 규모 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특례 제도’를 통한 첫 번째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유니콘 특례란 한국거래소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한 제도다. 상장 심사시 기존 보다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주는 게 특징이다.

보로노이는 그러나 국내 ‘유니콘 특례 상장 1호’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기관 수요예측, 일반 청약에서 모두 흥행에 실패했었기 때문이다. 

실제 보로노이는 지난 3월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실패한 후 IPO 계획을 한 차례 철회한 바 있다. 이후 6월 다시 코스닥 시장에 도전장을 내며 희망 공모가격을 기존 5만~6만5000원에서 4만~4만6000원으로 약 30% 낮췄다. 

그럼에도 기관 수요예측은 28.35대 1로 저조한 수준을 보였고 공모가도 최하단인 4만원으로 정해졌다. 이후 진행된 일반 청약 경쟁률도 5.57대 1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보로노이의 주가가 첫날부터 부진한 이유로는 최근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와 실적에 대한 의구심을 꼽을 수 있다”면서 “보로노이는 올 3월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로노이의 경우 기술 성장 특례로 상장한 기업인데, 이전된 파이프라인의 기술개발이 지연 또는 중단되거나 기술 개발 성공에도 계약이 실패할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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