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잠든 왕은 말이 없고, 초원엔 말이 달리고…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삼송동(三松洞)의 동네 이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조선왕릉의 하나인 서삼릉(西三陵)과 관련 깊은 지명이다.

왕릉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임금이 이 마을에 이르러, 서삼릉의 입구라는 의미로 심어진 소나무 세 그루를 보고, 가마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고 한다. 이 소나무 세 그루는 이 마을의 상징이 됐고, 동네 이름도 삼송리가 됐다고 전해진다.

또 소나무 세 그루가 있다고 해서 세수리라는 지명도 생겼다.

이 소나무들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동네에 남아있었으나, 도로가 건설되고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말라죽고 말았다.

이렇듯 서삼릉은 인근 서오릉(西五陵)과 함께, 고양시의 상징이다.

서삼릉에는 조선11중종의 계비인 장경왕후가 묻힌 희릉’, 12인종과 그의 비인 인성왕후의 무덤인 효릉’, 25철종과 그의 비 철인왕후예릉이 모여 있다.

또 왕과 왕비의 과 달리, 왕이 되지 못하고 숨진 세자 및 세자빈의 무덤을 원()이라 하는데, 이 곳에는 의령원효창원이 함께 있다.

의령원은 영조의 장자이자 정조의 생부였던 사도세자(思悼世子) ‘장조의 첫째 아들인 의소세손의 무덤이고, 효창원은 정조의 맏아들이었던 문효세자가 묻힌 곳이다.

뿐만 아니라 연산군의 생모였던 폐비 윤씨의 묘인 회묘’, ‘인조의 장자였던 소현세자의 묘인 소경원’, 고종(高宗)의 아들 의친왕의 묘도 같이 있다. 단일 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조선왕실의 묘가 있는 곳이다.

이 서삼릉 일대를 돌아보는 길은 고양시가 조성한 트래킹 코스인 고양누리길의 한 구간인 서삼릉 누리길이다.

   
▲ 서삼릉/사진=미디어펜 윤광원 기자

서삼릉 누리길은 지하철 3호선 삼송역’ 5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커다란 서삼릉 누리길 종합안내판이 반갑다.

대로를 따라 고양고등학교(高陽高等學校) 앞을 지나 세수동 버스정류장 앞 골목에서 주택가로 들어서면, ‘영재어린이집이 보인다. 그 어린이집을 끼고 우회전하면, 숲길이 시작된다.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가 이리저리 나 있어, 능선 길을 잘 찾아가야 한다.

이 고개는 숯돌고개또는 여석령(礪石嶺)이라 불린다. ‘임진왜란때인 15931, 여기서 큰 전투가 벌어졌다.

조선을 지원하러 온 명나라장수 이여송평양성을 수복하고 퇴각하는 왜군을 추격하던 중, 상대를 얕잡아보고 성급히 들어왔다가 매복에 걸려 패퇴한, 벽제관(碧蹄關) 전투의 현장이 바로 여기다.

이여송이 복수를 다짐하며, 이 고개의 바위서 칼을 갈았다고 해서 숯돌고개라 부른다.

개성으로 후퇴했던 이여송은 권율장군의 행주대첩이후 왜군이 한양에서 철수, 전투 없이 이 고개를 넘었다.

군부대 옆 숲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거북 모양의 기이한 거북바위가 있고, 이어 송전철탑이 나온다. 터널 위 생태가리를 지나니, 원시림 수준의 좁고 울창한 숲길이다. 고갯마루에 성황당(城隍堂) 돌탑이 있다.

하지만 숲은 곧 끝나고, ‘솔개약수터가 보인다. 약수 한 바가지를 시원하게 들이켜고, 다시 길을 나선다. 언덕 위 홍익교회앞길은 조경을 잘 해놓아 정말 예쁜 길이다.

농업법인 종려나무앞을 지난다.

길을 내려와 만나는 농협대학(農協大學) 가는 길도 멋지다. 아스팔트 도로지만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차들은 뜸해서 걷기에 좋다.

조금 더 가면, 서삼릉 입구 삼거리다. 큰 한옥 식당 마당에 광개토대왕비모형이 서 있다.

여기서 서삼릉까지의 은사시나무 길은 아름답기로 소문 난 길이다. 은백색 껍질의 은사시나무 가로수들이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서 있는데, 특히 낙엽이 진 후 겨울철이 가장 아름다워,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드디어 서삼릉이 보이고, 양쪽으로 드넓은 푸른 목장이 있다. 왼쪽은 농협의 젖소개량사업소, 오른쪽은 한국마사회(韓國馬事會)원당종마목장경마교육원이다. 서삼릉은 지나치더라도, 이 곳은 반드시 구경해야 한다.

   
▲ 한국마사회 경마교육원/사진=미디어펜 윤광원 기자

종마목장(種馬牧場)은 무료 개방이다. 아득히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에서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에, 누구나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좋은 카메라가 아니면 또 어떠랴. 모두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목책 옆에서 연신 먹이를 받아먹는 말도 있다.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당근이다.

매점 앞 벤치 앞에선 또 다른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경마훈련을 받는 기수(騎手)들이 말 달리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목장 입구 쪽으로 조금 걸어 내려간 지점, 코스 바로 옆 목책이 사진작가들의 포인트다.

바로 옆 솔숲 속에 잠든 왕과 왕비들은 말이 없는데, 초원에선 말이 질주한다.

다시 서삼릉 입구 삼거리도 돌아 나왔다. 차들이 뜸한 도로를 따라 누리길은 계속 이어진다. 철제 울타리 너머로 젖소개량사업소와 서삼릉 내 숲길들이 예쁘다.

이 곳 서삼릉 비공개 구역에는 역대 조선 왕과 왕비, 공주, 대군 등의 태()를 모신 태실도 있다. 정조의 후궁이던 성송연의 무덤도 여기 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훈련원앞과 한양컨트리클럽골프장 옆길을 지나면, ‘수역(水域)이마을이 보인다.

수역이마을은 성사동에 속한 자연촌락으로 원당역과 서삼릉 사이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쇄기마을이라고도 하는데, 수역이는 물이 많은 지역을 일컫는다. 쇄기도 수역이가 음변(音變)된 명칭이다.

이 마을은 2000년대 들어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 지금은 덕양구의 유명 먹거리촌이 됐다. 대표 먹거리는 주꾸미볶음이다. 주꾸미를 안주 삼아, 소주와 맥주를 타서 마셨다.

웰컴투 쇄기골이란 문화레포츠랜드도 보인다. 입구 양쪽에 말 두 마리 석상이 힘차다.

다시 길을 나서 예쁜 고갯길을 넘으면, 지하철 3호선 원당역 1번 출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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