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시설 부족시 신규 원전 건설·기존 발전소 운영 차질…기술 개발 통한 재활용 필요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사양산업이라는 평가를 받던 원자력발전소가 화려하게 컴백하고 있다. 낮은 탄소배출량을 앞세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솔루션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화석연료값이 급등하고,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는 등 에너지안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것도 원자력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책기조가 탈원전에서 '원전 최강국 건설'로 바뀌는 모양새다. 이에 미디어펜은 K-원전이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①원자력, 에너지·경제 안보 1등 공신
②4세대 원전, 인재난 속 R&D 역량 확보 우려
③사용후핵연료, '모래주머니' 아닌 미래 원전 토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윤석열 정부가 원전 산업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보관하지 못하면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은 물론 기존에 가동 중인 원전도 운영을 멈춰야하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한빛·고리·새울·한울·월성본부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는 51만107다발로 집계됐다. 최근 건식저장시설 맥스터를 증설했음에도 전체 저장용량의 72.1%가 채워진 것이다.

특히 맥스터를 제외한 월성본부는 98.5%의 포화도를 보이고 있으며, 고리본부도 86.5%까지 높아졌다. 한울본부도 90.7% 수준이었으나, 신한울 1호기가 추가되면서 81.7%로 낮아졌다. 

   
▲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와 관련해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사용후핵연료 관리 특별법안 공청회'에서 "윤석열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관련한 현안들을 타개하기 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 신설'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원전 가동 가정시 2031년부터 한빛·고리본부를 시작으로 원전 내 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이 계속운전되면 2~3년 정도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며 "연구용 시설의 부지를 조기에 확보하고, 최종처분시설의 부지선정 절차·방식·일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마일스톤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도 "1978년 원전 가동후 40년 이상 누적된 것이 사용후핵연료 문제지만, 관련 정책이 미확정된 상태"라면서 "프랑스 지하처분연구시설을 보니 운영에 돌입하기까지 40여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초당적 협력을 통해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사업 수행을 위한 인력수급체계 및 지역사외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지속성과 실질적 권한이 보장된 독립행정위원회도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다른 발전원도 폐기물이 나오는데 유독 원자력에 대해서만 '사회적 요구'가 많은 것 같다"면서 "미국의 사례를 볼 때 국내 방폐장 건설도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파했다.

실제로 지난 24일 06시 기준 월성본부 환경방사선 준위는 시간당 0.088~0.106마이크로시버트(uSv)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0.12~0.16uSv) 보다 낮은 것으로, X-레이 1회 촬영(40uSv)의 500분의 1 수준이다.

   
▲ 올 1분기 한수원 본부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도(단위 : %)/자료=한국수력원자력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계기로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우라늄·플루토늄 등 90% 이상의 물질을 다시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쓰면 자원 수입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친환경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우라늄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에 대응하는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파운드당 33달러 수준이었던 우라늄값은 카자흐스탄 사태 등의 여파로 올 4월 64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파이로프로세싱(건식정련) 기술로 추출한 연료를 소듐냉각고속로(SFR) 등 4세대 원전을 중심으로 이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500℃ 이상의 온도에서 용융염 매질과 전기를 이용해 우라늄, 제련 공정에서 잔여 핵물질군을 회수하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사회의 견제를 받을 수 있지만,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분리하지 못하는 특성상 핵비확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슘을 비롯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처분장 확보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면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면 원전 수출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