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적용받기 위해선 각종 조건 꼼꼼히 따져봐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의 예·적금 수신상품의 금리가 오르면서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은행권 고금리 특판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연 2.75~3.0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을 통한 고객 유치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고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은행이 제시하는 각종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세부 조건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가입 기간 12개월이면 최고 연 3%의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6개월은 최고 연 2.45%, 18개월은 최고 연 3.2%의 금리를 적용한다. 해당 상품은 총 2조원 한도로 출시됐는데, 출시 사흘 만에 1조3247억원이 소진됐다.

하나은행도 같은 날 연 3%를 제공하는 '하나의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상해 만기 1년 이상 가입자에게 연 3% 이자를 일괄 적용한다. 최소 가입 금액은 100만원이며, 가입 기간은 1개월 이상 5년 이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8일 신한 쏠(SOL)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비대면 전용상품인 '신한 쏠만해 적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는 연 1.5%에 우대금리 연 3.5%포인트를 적용해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한다. 월 30만원까지 입금 가능한 1년제 자유 적립식 상품으로 30만좌 한도로 출시됐다.

은행의 수신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정책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연 2.75~3.0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반면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인하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 7%대를 웃돌며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 중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공개적으로 시중은행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자 이를 의식해 금리를 끌어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24일 기준 연 4.75~6.515%로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연 4.33~7.140%)과 비교해 일주일 만에 상단이 0.625%포인트 떨어졌다.

은행들의 이 같은 금리인하 움직임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강도 높은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17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선 취임 후 은행장들과의 첫 간담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3일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 분담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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