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중남미 4개국을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세번째 순방국인 칠레에서 “우리는 중남미 국가들과 상호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ICT,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보건의료, 문화예술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분야로 상생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올해로 창간 115주년을 맞는 칠레의 유력 일간지 '엘 메르쿠리오'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중남미 지역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천연자원, 광대한 시장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협력 대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칠레 '엘 메르쿠리오'에 실린 박근혜 대통령의 서면인터뷰 내용이다.

 -한국은 아시아에 있는 칠레의 주요 교역 파트너입니다. 차카오 교량을 건설하는 현대건설과 같이 한국의 對칠레 투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칠레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무엇보다 칠레의 경제성장이 가속화되고 산업이 다각화됨에 따라 새로운 투자협력 기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칠레 정부에서 광산 개발, 발전소 건설, 교통시설 투자 등 인프라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기업의 투자 진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칠레의 경제 발전과 소득 증가에 따라 보건의료, ICT, 디지털콘텐츠, 친환경 에너지산업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도 한국의 투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칠레는 세계 60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고, 시장개방도, 사회안정성, 투명성 등에서 매력적인 외국인 투자 환경을 갖추고 있어 한국의 칠레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칠레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여타분야에서도 급속도로 발전한 나라인데, 교육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에 오르게 된 비결은 무엇입니까? 혁신에서도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는데 특별한 정책이 있었습니까?

한국은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든다는 믿음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에 집중 투자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모 세대의 뜨거운 교육열과 우수한 교원들이 교육 발전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부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았는데,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부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의무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지식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사회의 도래에 발맞춰 창의적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해 OECD는 한국을 최고 수준의 혁신역량과 잠재력을 보유한 나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개발을 시작한 1960년대부터 기술자립을 목표로 정부 주도하에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해 왔고, 정부와 민간이 함께 R&D에 적극 투자해 왔는데, 이런 노력이 혁신역량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중남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남미 지역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천연자원, 광대한 시장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협력 대상입니다.

특히 최근 칠레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이 혁신을 모토로 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 아시아 지역 국가들에게 더 큰 협력의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이번에 방문하는 칠레를 포함해서 중남미 지역 국가들 대부분이 전통적인 우방국이며, 우리와 상생 협력을 발전시켜 온 국가들입니다.

우리는 중남미 국가들과 상호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ICT,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보건의료, 문화예술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분야로 상생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취임 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었습니까, 경색되었습니까?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올해로 분단 70년을 맞았는데, 남북한 간에 대립과 불신이 오래 이어져왔기 때문에 한 순간에 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대명제 안에서 의지를 가지고 차근차근 통일 준비를 해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남과 북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들을 북한에 제의하였습니다.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북한의 민생 인프라 구축, 그리고 남북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협력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제안에 대해 아직까지 북한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 최근 더 긴밀해진 한·중 관계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였습니까?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이자 경제협력의 파트너로서 북한 비핵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한·중 관계의 발전이 북핵문제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평화통일 기반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한반도 통일 촉진은 현 정부의 과제 중 하나입니다. 오랫동안 남북 고위급 회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통일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한반도 통일이 언제 이루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독일도 통일이 이루어지기 직전까지도 통일이 될지 몰랐습니다.

다만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꾸준히 준비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통일을 앞당기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사례를 봐도 통일에 대비한 꾸준한 준비와 노력이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서독 주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통일을 위해 작지만 꾸준한 발걸음들을 내딛었고, 서독 정부는‘독일 통일과 유럽통합의 비전’을 갖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우리 정부도 작년에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남북한 주민들이 작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동질성을 회복해갈 수 있도록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우리 정부는 통일이 남북 분단을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 현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 활성화 공약을 내걸었는데, 이 공약 관련 어떤 성과가 있었으며 향후 목표는 무엇입니까?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의 장점은 살리되 불공정한 관행은 시정해서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건강한 경제생태계를 만들어 성장의 결실이 골고루 퍼져나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위한 법적·행정적 제도를 정비하고 6개월마다 지속적으로 현장실태를 점검해 오고 있습니다.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마무리하였고,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과제도 상당수 입법화하였습니다. 그 결과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이 감소하고, 상생의 생태계가 조성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 칠레 '엘 메르쿠리오'지는 박근혜 대통령을 소개하는 전문에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 위주의 경제에서 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최종적으로 통일을 목표로 북한에 화해정책을 강화하는 데 우선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단호하고 국가주의적 자세는 ‘아시아의 철의 여인’이라 불리게 만들고 있다. 박 대통령 자신까지도 영국의 마가릿 대처 전 총리를 자신이 한국 경제를 부흥하는데 목표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