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6%…약 24년 만에 최고 상승 폭
고금리 공포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7%대를 뚫었고, 연내 8%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대출금리 8%대' 진입을 앞둔 가운데 치솟는 금리에 따른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다음주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약 24년 만에 6%대에 접어들며 서민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예고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속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등 대다수 기관은 최근 국내의 각종 물가 지표를 근거로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올랐다. 이는 5월(5.4%) 상승폭보다 0.6%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이 상승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외식 등 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 2.5%에서 10월 3.2%로 올라선 이후 올해 2월까지 3%대 수준에 머물렀다. 이어 3월(4.1%)과 4월(4.8%)에는 4%대, 5월(5.4%)에는 5%대까지 치솟더니 지난달엔 6%대에 진입했다. 3%대에 머물던 물가상승률이 넉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껑충 뛴 셈이다.

물가상승률이 20여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문제는 아직 고점에는 도달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이달부터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모두 오르고, 농축수산물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승속도를 유지한다면 7%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며 물가가 7∼8%대까지 오를 가능성에 대해 "지금처럼 높은 상승 폭을 유지하면 (7~8%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재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곡물가 상승 영향으로 당분간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다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물가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이어가면서 '한미간 금리역전'에 대해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지적된다. 금리역전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등 이에 따른 물가상승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75%)와 미국 기준금리(연 1.50~1.75%)의 상단은 같은 수준이다.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서더라도 미국이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아지는 한미간 금리역전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커지면서 대출금리 상승도 이어질 전망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장바구니 물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상황 속에서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를 한층 더 옥죌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물가 대응에 따른 빅스텝 단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며 "취약차주 및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부적인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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