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하락 다소 제한적 전망...기준금리 인하에 강한 명분 제공할 수 있어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 밑으로 하락하는 등 엔저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또 시장에서는 올해 한 차례 더 떨어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4일 금융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엔화하락에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관측했다.

   
▲ 24일 금융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엔화하락에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관측했다/사진=YTN캡쳐

전일 오전 한때 원·엔 환율은 100엔당 899.67원을 기록했다. 원·엔환율의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900원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2월 28일 889.23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24일 오후 4시8분 현재 904.5원으로 다소 오르긴했지만 불안한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원·엔 하락은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한 자국통화 가치 하락과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강한 매수세에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14거래일째 '사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코스피는 하락 마감하기는 했지만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2189.54까지 치솟으면서 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화 강세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리스크로 인해 국내 수출경제가 난관에 부딪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출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라며 "기업 이익 둔화는 국내 경제 성장성의 리스크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어떤 산업 분야가 더 리스크가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IT보다는 자동차 부분이 더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반도체 등 IT분야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강해서 환율만 놓고 경쟁력이 뒤처진다고 하기 힘들다"며 "반면 자동차 부분이 가격경쟁면에서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동차 시장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수출기업들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물량 자체가 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경쟁면에서까지 약화가 되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한 차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엔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면 기준금리 인하 의견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원·엔은 재정환율이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어 기준금리 인하가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일본 금융그룹 노무라는 원·엔 환율이 연말에 100엔당 87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꼭 환율 방어 때문에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내수가 좋지 않은데다가 수출까지 부실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을 강하게 제공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지만 원·엔 환율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 분석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달러 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원화가 강세로만 가지 않으면 원·엔 환율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작년부터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를 지속하는 등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파른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도 "최근 외국인 수급이 강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기 자체가 지지부진하고 있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다소 주춤해지면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