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기업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 확인…장기 성장 동력 '빨간불'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카카오 그룹이 전반적인 주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전 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성장주가 타격을 입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쪼개기 상장과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자회사를 잇따라 상장하며 몸집을 키워온 카카오 그룹의 시가총액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반 토막이 났다. 

   
▲ 카카오 그룹이 전반적인 주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전 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성장주가 타격을 입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픽사베이


긴축으로 인한 성장주 부진에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대주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가 고꾸라진 영향이다. 200만명에 이르는 소액 주주들의 한숨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종가 기준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넵튠 등 카카오 그룹의 5개 상장사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은 약 5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룹사 시총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1월 29일(약 127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68조원 넘게 감소한 것이다. 7개월만에 시총의 53%가 날아가 버린 셈이다. 

이 기간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54조8000억원에서 31조9000억원으로 22조9000억원 줄었다. 카카오페이 22조4000억원(31조1000억원→8조7000억원), 카카오뱅크 18조5000억원(33조4000억원→14조9000억원), 카카오게임즈 3조8000억원(7조7000억원→3조9000억원), 넵튠 5000억원(9000억원→4000억원) 등 계열사의 시총도 40∼70%대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국내외 금리 상승에 성장주가 타격을 입은 영향이 컸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실적보다 미래의 실적이 주목받는 성장주는 통상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성장성이 낮게 평가된다.

실제 주가 흐름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이 기간 12만3000원에서 7만1800원으로 41.6% 떨어졌다. 코스피 시총 순위 역시 5위에서 9위로 밀려났다. 카카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또 다른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 주가도 같은 기간 38만6500원에서 24만9000원으로 35.57% 빠졌다.

여기에 카카오 그룹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 대주주 논란 등도 주가 폭락에 한몫을 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8일 2대 주주인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가 보통주 500만주를 대량 처분하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15.2% 급락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엔 류영준 당시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8명이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해 약 900억원을 현금화 하면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주가는 사흘간 14.4%나 떨어졌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한 달만인 지난해 9월 우정사업본부가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투자한 지분 대부분을 대량 처분하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7%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데 있다. 하반기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가 미래 주요 수익원으로 꼽혔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까지 공식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의하면 지난 7일 기준 카카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 평균치)는 8163억원으로 3개월 전(9071억원)보다 908억원이 감소했다.

카카오는 공시를 통해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10%대 매각을 통한 2대주주로의 전환 등을 검토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알짜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하게 되면 장기 성장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 지분 매각 시 카카오는 수조원의 현금 확보와 모빌리티 사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규제 리스크의 최소화가 가능하지만 수익권으로 접어든 차기 성장 동력의 한 축이 사라지게 되는 만큼 장기 성장성 약화가 우려된다”면서 “카카오 입장에서 모빌리티를 대체할 신규 비즈니스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22분 기준 코스피에서 카카오는 전 날 종가 대비 0.14% 상승한 7만1900원, 카카오뱅크는 0.32% 상승한 3만1400원, 카카오페이는 2.45% 뛴 6만6900원에 거래되는 등 일제히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카카오게임즈는 0.82% 내린 4만8600원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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