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교수 “극우파 구심점 사라져…니카이 영향력 여전”
“아베파 쇠퇴의 길…온건파 리더십으로 파벌구도 변화 예상”
“니카이 전 간사장 중심으로 거대 고치카이 복원 구상 나와”
“당장 한일 간 현안에서 일본 입장 바뀌기보다 개선 가능성”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의 ‘최장수 총리’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8일 사망하면서 일본에 ‘온건파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고치카이’ 출신이지만 그동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아베 전 총리와 상담해왔다. 이처럼 총리 사임 이후에도 ‘상왕’으로 불리던 아베 전 총리가 급작스럽게 사망했지만 아베파의 계승자가 없는 상황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3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아베파로 불리는 세이와카이의 분열이 감지된다”면서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라 불릴 사람이 3명 거론되지만 계파 안에서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사람은 전 방위상 이나다 도모미, 현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중견위원인 시모무라 하쿠분이 거론된다. 이들 중 아베 전 총리에 비견할 만한 걸출한 인물은 없고, 지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가 밀었던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파벌에서 배제돼 있다고 한다. 

여기에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도 꼽히지만 최근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휠체어에 의지해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12일 도쿄의 사찰 조죠지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이 끝난 뒤 운구 차량이 자민당 청사 앞을 지나 화장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2.7.12./사진=자민당 홈페이지

즉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으려고 하는 극우 성향의 정치인은 여러 명 있지만 극우파 정치인 모두를 아우를 리더십을 가진 인물은 없다는 것이 호사카 교수는 평가이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구심점을 잃어버린 극우파는 서서히 쇠퇴할 수 있다. 재야 극우 세력도 마찬가지로 아베 전 총리가 상징적인 존재였으므로 그 중심이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에서 ‘킹 메이커’로 불리는 정계 거물인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중의원 13선)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는 등 온건파의 리더십은 강해져서 이전의 ‘거대 고치카이’를 복구하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호사카 교수는 “니카이 전 간사장은 지금도 한일관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도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 등을 니카이 전 간사장이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총리인 기시다파는 물론 니카이파, 아소파와 소그룹 온건파까지 규합하는 거대 고치회를 회복시키는 구상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총재선거 때 사이가 틀어졌던 니카이 전 간사장과 기시다 총리의 사이도 회복됐고, 거대 고치회의 중심은 니카이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또 “아베 전 총리가 극우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라면 온건파에서는 니카이 전 간사장이 전체 온건파를 아우를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라면서 “결국 구심점을 잃은 아베파의 세력은 약화되고, 온건파 리더십으로 파벌 구도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까지 ‘아베 조문’ 정국이 끝나지 않았고, 극우파의 입김도 작용하고 있는데다 8월 말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강제징용 현금화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호사카 교수는 “징용배상 해결에 대한 일본의 입장에는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이 현금화되면 한일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단교 상태로 갈 것이라고 주장해온 아베 전 총리가 이젠 없다”고 지적했다.

   
▲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그는 “사실 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니 현금화는 피할 수 없는 절차”라면서 “윤석열정부는 대위변제를 생각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반대하고 있어서 쉽지 않은 문제라서 법원도 더 이상 현금화를 연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기업과 개인의 문제인데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크게 해석해서 파국으로 몰아넣은 것이 아베 전 총리이다. 아직까지 일본 내 생각이 바뀔지는 미지수이지만 이젠 현금화가 되더라도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일본 정치권도 갖기를 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특히 니카이 전 간사장이 현재 일본의 전국여행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를 풀기를 원하는 사실에 주목했다. 니카이 전 간사장이 일본의원들을 이끌고 이달 하순 한국을 방문한다는 전언도 있는 만큼 ‘아베 사망’의 충격이 안정화될수록 한일관계는 좋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당장 다음달로 예상되는 개각 및 자민당 간부인사에서 온건파 장관이 어느 정도 입각할지, 또 자민당 간부들이 대거 교체될지를 보면 정책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호사카 교수는 “특히 아베 전 총리의 입김으로 임명된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 교체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면서 ”‘무파벌’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부총리 겸 재무상으로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가 전 총리의 배후에는 니카이 전 간사장이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의 전망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처럼 막강한 역할을 할 인물이 극우파에 없는 현실에서 결국 아베파는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장기 집권 여파로 성장한 극우파의 세력이 여전이 남아 있는 만큼 우선 현 상황을 잘 관리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일 간 현안에서 당장 일본의 입장이 크게 바뀌기는 어렵지만, 지금부터 한일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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