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여명, 서울광장-을지로입구-종로-명동-서울광장 퍼레이드
보수·기독교 단체 "동성애, 성적 타락·에이즈 확산·창조 질서 역행"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성(性) 소수자 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근처에서는 기독교·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퀴어 축제 반대 집회를 열며 오세훈 시장을 규탄했다.
16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3년 만에 서울광장에서 열었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은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현장에서 다시 열린 것이다. 올해의 퀴어 축제의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다.

   
▲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16일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서울광장에서 열었다./사진=미디어펜

양선우 조직위원장은 "(교통 통제로 인해) 시민들은 하루 불편하게 살지만, 코로나19 창궐 이후 더 외롭고 고립된 삶을 살아온 성 소수자들은 이날 빼고 364일을 불편함과 갑갑함 속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성소수자와 연대하고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여러 기관·단체의 부스 72개가 설치됐다. 국내 인권 단체·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캐나다·네덜란드·독일·미국 등 주요국 대사관을 비롯, 종교단체들까지 부스를 차렸다. 좌익 정당들과 노동·시민 사회 단체, 이케아 코리아 등 기업들도 현장에 참여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김모 씨는 "싸이 흠뻑쇼 같은 공연에 대해서는 옷차림·마스크 규제를 하지 않는데, 성 소수자 행사에만 옷차림을 채증하겠다는 건 과거 군사 독재 정권의 미니 스커트 규제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퀴어 축제 현장엔 모두 1만3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오후 2시 환영 무대와 연대 발언을 진행했다. 4시에는 서울 도심 곳곳을 행진하는 퍼레이드가 예정돼 있다. 이들은 서울광장에서 출발, 을지로입구-종로-명동을 차례로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온다. 행진이 끝나면 오후 7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 기독교·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퀴어 축제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한편 세종대로를 두고 서울광장과 맞닿아있는 대한문·서울시의회 앞에서는 기독교·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퀴어 축제 반대 집회가 개최됐다. 1만5000여명으로 추산된 집회 참가자들은 오세훈 시장이 서울광장에서 축제 개최를 허용한 점을 규탄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구호를 제창했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남녀의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미국 정부가 동성애자인 필립 골드버그를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해 한미 동맹을 파괴한다"고 비난했다.

또 한 기독교 단체는 "성적 타락·에이즈 확산·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동성애·동성혼을 절대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독소 조항을 거부한다"며 "학생들의 임신·출산·동성애를 인권이라고 규정하는 학생 인권 조례안에도 반대한다"고 했다.

경찰은 양측 간 충돌에 대비해 58개 중대를 배치했다. 집회 현장 일대 혼잡을 막고자 서울광장 주변에는 방어벽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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