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매매 본질 상실 인정 증거 없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범LG그룹 총수 일가가 세무 당국의 180억 원대 세금 부과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이겼다.

17일 연합뉴스는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완 LB휴넷 대표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등 10명이 "양도 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 서울행정법원 전경./사진=서울행정법원 제공

서울지방국세청은 2017부터 2018년 사이 벌인 세무 조사 끝에 LG그룹 재무 관리팀의 주도 아래 총수 일가 중 한 명이 매도 주문을 내면 다른 사람이 곧장 매수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서로 거래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당국은 오간 주식이 287만여 주에 달하고, 구 회장 등이 총 453억 원 가량의 양도 소득을 적게 신고했다는 이유에서 2018년 5월 총 189억1000여만 원의 양도 소득세를 추징한다고 통보했다.

당국은 거래일 기준 전후 2개월 간 종가 평균액에 20%를 더한 금액을 실제 주식 가격으로 평가하고, LG 일가가 주식을 서로 거래한 액수와의 차액이 과소 신고액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구 회장 등은 과세 처분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한국거래소 장내 경쟁 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양도했을 뿐, 특수 거래인 간 거래가 아니었다"며 조세 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020년 9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원칙적으로 거래소 시장에서 경쟁 매매는 특정인 간의 매매로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거래가 경쟁 매매의 본질을 상실했다거나 경쟁 매매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 사건 거래의 주문 평균가가 항상 당시 주가의 고가와 저가 사이에 형성됐고, 그 거래로 주가가 왜곡된 것으로 볼만한 정황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부당 저가 거래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설령 피고 서울지방국세청의 주장대로 원고들이 사전에 거래를 합의했더라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장내 경쟁 매매로 이뤄진 거래를 특정인 간의 거래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거래는 하나의 주문에 특수 관계인의 거래와 제3자와의 거래가 혼재돼 있고, 이는 원고들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거래소 시스템에 의한 우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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