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4개월 만 100달러 하회…천연 가스 가격은 상승
공공 요금 인상·러시아-서방 갈등 장기화, 고환율 기조 영향
정부 물가 상승 예상 4.7%, 이달 부 매월 전월비 0%↑ 전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경제 당국이 올해 가을 경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날 것이라고 예상해 그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0월 밥상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경 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환율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고물가·저성장의 경제 불황 속 고물가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좌)·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공동사진취재단

◇기재부·한은 "3~4분기 물가 상승세 최고점"…유가 하락·기저 효과 기대

17일 연합뉴스는 추 부총리가 지난 13일 '제45회 대한상의 제주 포럼'에서 "10월 정도 가면 밥상물가, 장바구니 물가는 조금이나마 안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소고기·닭고기 등에 대한 할당 관세 조치로 먹거리 물가가 안정세를 찾고, 장마 이후 채소 작황이 호조세를 보이면 물가 상승세가 서서히 둔화할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 국제 유가 역시 경기 침체 우려 탓에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10월 물가 정점론'을 뒷받침 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 통계에 따르면 7월 10∼14일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99.4달러로 나타났다. 두바이유 배럴당 평균 가격이 주간 기준 100달러를 하회하는 건 지난 2월 21∼25일 이후 4개월여만의 일이다.

기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도 나온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2%대에 그쳤지만 10월부터는 3%대로 앙등했다. 올해 10월부터 지난해 같은 기간에 상대적으로 높았던 물가 상승률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요인들을 종합 고려하면 4분기에 가까워질수록 물가 안정이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 회의 직후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 상승 정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원자재 가격이 최근 2개월 사이 대폭 하락했다"며 "7∼8월 경 정점을 찍게 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 원‧달러 환율이 1325원 선인 현재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환율 탓 수입 물가↑…외식 등 물가 전방위 확산도 변수

물가 상승세 정점이 도래하는 것을 늦추는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수량을 구입해도 돈을 더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고환율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달 서울 외환 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종가 기준 평균 달러당 1305.66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에 1235.09원, 5월 1268.38원, 6월 1280.83원을 기록하는 등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세가 1~2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수입 물가에 반영될 경우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물가 상승세가 서비스 등으로 전방위적으로 퍼지는 점 또한 변수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의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지난 4월 1.40%p, 5월 1.57%p, 6월 1.78%p로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이 품목들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아 고물가 현상을 고착시킬 여지가 크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 요금의 인상이 예고됐고, 러시아-서방 진영 간 지정학적 갈등도 물가 상승세를 조장할 수 있는 요인이다.

   
▲ 국제 유가가 최근 100달러를 밑돌지만 천연 가스 가격은 반대로 오르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가 유지될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일각선 물가 상승 정점 지나도 '유사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이와 같은 이유들로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난다 해도 당분간 과거보단 높은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것이라는 어두운 평가도 있다.

이창용 총재도 "국제 유가가 최근 100달러를 밑돌지만 천연 가스 가격은 반대로 오르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 정책 방향을 통해 올해 물가 상승률을 4.7%, 내년은 3.0%로 예상했다. 한은은 5월에 내놓은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4.5%, 내년은 2.9%로 각각 예상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 정부·한은의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0.6∼0.7% 수준이다. 이 속도대로라면 올해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보다 5.8∼6.0% 오르게 되는 셈이다.

정부의 올해 예상치(4.7%)에 맞아들어가려면 이달부터 매달 전월 대비 상승률이 0%가 돼야 한다. 한은은 최근 금통위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이 5월 전망치(4.5%)를 넘길 것으로 예측했다.

추 부총리는 G20 재무 장관 회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가 6월 이후 6%대에 있고, 9~10월까지는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연말 물가 수치 전망인 4.7%에 일부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재부가 볼 때는 6%를 훨씬 상회해 7~8% 물가가 상당 기간 고정화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미국은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2개 분기 연속 실질 국내 총생산(GDP)이 역성장하는 '기술적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최근 노무라증권은 3분기부터 한국 경제가 3개 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저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오일 쇼크 당시 미국처럼 물가 상승률이 10%를 초과하고,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저성장·고물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기조가 장기화 된다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 정점이 가을 전 확인된다 해도 크게 안 떨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 후퇴는 조만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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