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5년여만에 북한에 대한 민간단체의 비료 지원과 이들의 육로 방문까지 승인하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통일부는 27일 대북지원사업자 재단법인 에이스경암이 사리원에서 진행 중인 온실조성사업과 관련해 15톤 규모의 대북 비료지원과 함께 재단 측의 육로 방북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재단 관계자 7명은 오는 28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비료를 싣고 방북할 예정이다.

정부는 5.24 조치에 따라 그동안 인도적 대북지원을 취약계층 대상으로만 한정하면서, 쌀·옥수수 같은 식량과 비료 지원을 금지해 왔다. 특히 비료의 경우 화학 처리하면 미사일 연료 등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쌀과 함께 군사용 전용 항목에 포함돼왔다.

따라서 이번에 승인된 비료지원이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포함된 농축산 협력을 위한 차원이고, 비료의 양도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 소량에 불과하지만 그 자체로 시사하는 점이 있다.

마침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끝났다. 또 5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등 정상외교 개시 가능성도 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주고 있다. 게다가 최근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5월 말쯤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예상하고 있다.

이 여사는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부터 방북 초청을 받은 바 있으며,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26일 “정부의 승인을 받아 북 측에 이희호 여사 방북을 위한 사전접촉을 개성에서 갖자고 제안했다”며 “북 측이 ‘지금은 복잡한 상황이 있으니 추후 연락하자. 이 여사가 오시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난주에 답변했다”고 밝혔다.

6월에는 6.15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남북이 지난 2010년 이루 중단된 민간 차원의 공동행사를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

7월부터는 남북이 각기 공언한 광복 70주년 기념행사가 본격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광복 70주년 공동행사가 8월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진행돼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와 관련한 당국 간 논의는 7월 이전에 개시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대북 비료지원 구상을 밝히며 범국민 모금운동을 벌였을 때에는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승인불가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통령 소속 통일준비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마을 단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비료지원 등 민생인프라 차원의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간교류 확대 방침을 시사하면서 이를 위한 일환으로 인도적 단체의 지정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홍 장관은 “4월 이후의 남북관계 성과가 기대된다”면서 구체적인 해빙 시점까지 제시해 정부의 대북 스탠스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비록 이날까지도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남북 당국이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 측 모두 상황 관리를 하면서 극단적 마찰을 피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우리 측의 인도적 지원이나 향후 광복 70주년 공동행사 대화 제의 등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최근 노동신문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을 통해 통일부·통일부 장관을 지목해 비난하는 등 대남 비난 기조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4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북한의 ‘최고위 3인방’이 전격 인천을 방문해 남북 고위급회담을 여는 사상 초유의 사건 이후에도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도발을 시도해 남북관계를 급냉각시킨 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