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와 선 긋던 윤 대통령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 바뀌니 달라져"
권성동 "회자되는 표현 사용하신 것" 수습 나섰지만 논란 일파만파
당 안팎, 이준석 징계 대통령 의중 반영 의구심...정당성 논란 불가피
이준석, 윤핵관 겨냥 "앞에서만 양의 머리 걸어 놓는 정상배들" 직격탄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당 대표대행 겸 원내대표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내용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당무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던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적나라게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당 안팎에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의 이 대표 징계 결정에 ‘윤심(윤 대통령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그 정당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해당 내용은 권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던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국회 사진 기자단에 포착되면서 공개됐다. 
   
▲ 7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스마트폰으로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이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모티콘을 보냈다.

또한 권 원내대표가 메시지를 입력하는 도중에 사진이 찍히면서 작성 중으로 보이는 "강기훈과 함께..."라는 내용도 담겼다. 강 씨는 지난 2019년 우파 성향의 정당인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한 인물로 현재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결국 권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통해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논란의 핵심인 '이준석 내부총질' 발언과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이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 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며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내부 총질’로 추정)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랜 대선 기간 함께해오며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 7월27일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대화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하지만 권 원내대표의 해명에도 당 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 징계 결정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또한 윤 대통령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을 통해 당에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이 대표를 정치권으로 이끌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별다른 언급 없이 '논란의 문자 사진'을 올렸다. 또한 당 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선 기간 사진들을 게재하면서 "내부 총질"이라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리위가 이준석 대표의 중징계를 확정하는 순간까지도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믿었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이준석 대표의 투쟁, 그 과정에 많은 부침이 있었던 게 사실이나 그것이 ‘내부 총질’이라는 단순한 말로 퉁칠 수 있는 것이었나”라고 허탈감을 드러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당대표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원치 않는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서 정말 유감스럽다”라며 “설사 당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 했다고 해서 그것을 내부 총질이라고 인식하셨다는 것에서 정말 당황스럽다”라고 비판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2일 전남 진도를 방문해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사진=이준석 SNS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간 문자 대화가 노출된 것에 대해 "어떤 경위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자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이번 논란이 권 원내대표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주고 받은 메시지의 주인공인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울릉도 성인봉에서 찍은 두 장의 사진과 함께 자신을 "내부총질 당대표"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향해 "정상배들"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상배들'은 정치가와 결탁하거나 정권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이 대표는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팝니다.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습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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