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기점으로 '더블링' 수준…준공 후 미분양도 전월 대비 5배
"상승 기대감 꺾여 청약시장도 동조…양극화 더욱 심화할 것"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청약시장 '흥행불패' 지역이었던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얼어붙은 수요자들의 투자심리가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서울 내 미분양 주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민간 미분양 주택은 총 719가구로 전월 대비 31가구 증가했다.

서울 미분양 주택은 올해 1·2월 47가구에서 3월 180가구, 4월 360가구, 5월 688가구로 3월부터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지역별로는 강북구 미분양 물량이 318가구로 가장 많았다. 마포구가 245가구, 도봉구 63가구, 동대문구 55가구, 강동구 32가구 등이었다.

구체적으로 미분양 단지를 살피면 신세계건설이 지난 4월 마포구에 공급한 도시형생활주택 ‘빌리브 디 에이블’은 전체 256가구 중 95.7%에 해당하는 245가구가 미분양됐다.

현대건설이 지난 2월 청약을 접수한 도시형생활주택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도 전체 213가구 중 55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서울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15가구로 전월 37가구 대비 178가구 늘었다. 한 달 만에 5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대원이 지난 3월 서울 강북구 일대 분양한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대표적인 준공 후 미분양 사례다.

이 단지는 계속되는 무순위 청약에도 총 216가구 중 82.9%인 179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 네 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이 이뤄졌지만 물량이 완전히 소진되지 못해 내달 다시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는 기존 분양가에서 최대 15% 할인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똘똘한 한 채’ 등 이슈로 살아남는 듯했던 서울마저 분위기가 꺾이는 모양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른바 ‘묻지마 청약’ 사례가 폭주했던 반면 올해는 청약이 당첨되더라도 계약하지 않는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청약 당첨자 미계약 물량은 781가구로 전년 동기 99가구 대비 무려 689%(682가구) 증가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같은 경우 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증가한다는 건 시장 상황이 그만큼 안 좋다고 볼 수 있다"며 "매매시장에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다 보니 청약시장도 이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도 분양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선호도가 높은 물량을 우선 배치해서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미래가치가 뚜렷한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재편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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