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M&A 과정·국토부 직원들도 대상"
항사법, 회생 절차 중 항공사 면허 취소 제외
원 국토 "이번 조치, 정치와는 전혀 무관하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스타항공 특별 감사 결과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 관계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에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311호 합동 브리핑실에서 이스타항공 변경 면허 발급과 관련,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발언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28일 오후 2시 원희룡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3층 합동 브리핑실에서 "이스타항공이 2021년 11월 자본 잠식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허위 회계 자료를 국토부 항공정책실에 제출했다"며 항공 운송 사업 면허 업무 방해에 해당하는 만큼 의혹 규명 차원에서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원 장관은 "이스타항공은 이에 따라 같은 해 12월 15일 변경 면허 발급을 교부받았는데, 올해 5월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회계 감사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완전 자본 잠식 상태였음이 확인됐다"고도 했다.

아울러 원 장관은 "서울회생법원이 선정한 전문 회계 법인의 조사 보고서에는 2021년 2월 4일 기준 재무자료가 있는 것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토부가 2021년 11월과 12월 시기를 특정해 현재 시점에서의 회계 자료를 요청했음에도 이스타항공은 결손금 항목을 2020년 5월 31일 기준으로 작성하고, 그 일자도 밝히지 않은 채로 자본 잠식이 없다고 자료를 제출했다"고 부연했다.

현행 항공사업법 제28조3항-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하고, 그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서는 항공 운송 사업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원 장관은 "관계 법령에는 변경 면허에 대한 심사 사항이 단순히 대표자 명의 변경뿐만 아니라 자본 상태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변경 면허 신청 자체가 허위였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여부를 수사를 통해 밝혀내겠다"고 답변했다.

원 장관은 "항공사가 자본 잠식에 빠질 경우 안전 투자에 소홀해지고, 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언급했다. 실제 국토부는 관련 법령상 자본 잠식률이 50% 이상인 경우가 1년 이상 이어지면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후에도 50%를 넘는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 사업 면허 자체를 박탈할 수 있다.

한 기자는 브리핑 현장에서 "이상직 전 의원과 전 정권과 관련한 조치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원 장관은 "정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기업 회생 과정에서 서버가 폐쇄돼 서울회생법원에 2020년 5월 기준 회계 장부를 자료로 제출했고, 사법부 역시 이를 인용했다. 이스타항공은 국토부 조치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21년 말 그해 2월 기준 회계 자료를 법원에 낸 건 결손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불완전한 회계 자료인데, 서버가 내려간 탓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원 장관이 이스타항공 수사 의뢰 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AOC 재발급과 이에 따른 경영 정상화는 일단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곧 이스타항공 임직원들과 협력사, 채권자들까지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구제 방안과 관련, 원 장관은 "개개인을 보면 안타깝지만 명백한 불법 행위가 의심스러운 사례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유상 증자를 통해 자본 잠식을 해결했다면 추가 처벌 등 행정 조치는 필요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시 말해 충분한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AOC 발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원 장관은 "허위 사실에 근거해 받은 면허는 소급 적용해 무효로 한다는 조항이 존재한다"며 "사기를 쳤는데 나중에 돈을 갚았다고 해서 사기죄가 없어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그는 "석연찮은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 유착 관계 의혹이 있는 국토부 공무원들도 수사 의뢰 대상"이라고도 했다.

   
▲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이 종로구 도렴동 소재 정부합동민원센터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한편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은 이날 종로구 도렴동 소재 정부합동민원센터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년 간의 회생은 단순한 채무 탕감이 아니라 회사 재건을 위한 희생임과 동시에 응원이며 투자였다"며 "우리 회사는 기업 회생 절차를 통해 완전히 새로워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족한 시스템과 환경에도 신뢰받는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엄격한 내부 기준을 세워 성실히 과정에 임했다"며 "모든 과정 상 부끄러운 술수나 특혜는 없었으며, 특별한 노력만이 있었을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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