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종묘-남산 잇는 녹지축 구상...박원순 시절엔 '도시 재생'...컴백 후 또 선회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정비창' 부지에 이어 '세운재정비촉진지구'도 용도·용적률 제한 없이 고밀 초고층으로 복합 개발하는 방안을 꿈꾸고 있다.

취임 후 첫 해외 출장 중인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마리나 원(Marina One)'에서 이런 구상을 발표했다.

용산정비창과 세운지구 재개발, 그리고 서울시가 용역을 추진 중인 '남산 곤돌라형 케이블카' 신설은 모두 오 시장이 과거 시장 재직 시절 추진하다, 뜻을 이루지 못한 사업들이다.

세운지구의 핵심은 당연히 '세운상가'다.

   
▲ 세운상가/사진=미디어펜 윤광원 기자


세운상가는 종로3충무로사이 약 1km의 초대형 주상복합상가 건물군으로, 국내 최초 주상복합(宙商複合) 아파트이기도 하다

세운(世運)라는 이름은 상가가 처음 조성된 지난 1966년 당시, 서울의 건설 붐을 주도한 불도저'란 별명을 가진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상가의 총 설계는 한국 건축의 레전드 김수근이 디자인했지만, 시공사들이 설계를 다 바꿔버려 완전히 엉뚱한 건물이 돼 버린, 김수근의 흑역사(黑歷史) 란다.

처음에는 고급 주거아파트와 상가가 함께 존재한 건물이었으나, 1960년대 이 부근은 미군부대에서 빼 내온 각종 고물들을 고쳐서 판매하는 작업장들이 모인 동네였고, 점차 주민들은 빠져나간 대신 주변의 작업장들과 결합, 가전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의 메카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가 생기면서 상권이 빠르게 쇠락하고, 건물도 슬럼화 돼 버렸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첫 취임 후, 모든 건물을 철거해 종묘(宗廟)와 남산을 잇는 '녹지축'으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으나, 상인들의 반발과 현실적인 보상 비용 문제로 계획이 사실상 폐기됐다.

박원순 전 시장 때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건물과 상가를 재생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세운-청계-대림상가를 연결하는 보행데크를 도시재생(都市再生)했으며, ‘진양상가까지 보행데크를 완성, 종묘부터 '충무로'까지 연결되는 도심 보행 축을 구축키로 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다시 컴백하면서, 이 계획도 다시 변하게 됐다.

직접 돌아 본 세운상가 입구엔 2층에 상징적인 로봇이 서 있고, 내부엔 리모델링된 점포들이 빼곡하다. 주변을 정비하며 발굴된, 조선시대 유적과 유물도 전시 중이다.

세운상가 옥상 위에 오르니, 종묘 전체는 물론 멀리 북한산까지 선명하게 조망된다.

상가 2층 보행로 양쪽에는 깔끔하게 정비된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왼쪽 일대는 이미 재개발을 위한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오른쪽은 아직 낡은 상가와 작은 점포들, 좁은 골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1970~1980년대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상가 왼쪽은 물론, 오른쪽과 아울러 '청계천' 너머 '청계상가'도 미구에 재개발될 게 분명하다.

이미 상가 오른쪽에는 초고층 복합건물들이 건설 중이다.

오 시장의 야심 찬 계획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장 '도심 복합개발 특례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당초 이 곳에 녹지축을 조성하려던 그는 초고밀 복합개발로 선회했다. 정반대 행보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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