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흐름 따라 변화하는 100년 기업 두산
소비재서 중공업이어, 미래신사업 육성까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창립 126주년을 맞이한 두산이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반도체&첨단IT·차세대에너지·수소비즈니스 등 미래신사업 육성에 집중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두산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또 미래첨단산업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단행하고 있다. 이런 두산은 박정원 회장과 함께 신사업 육성을 위한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이 두산테스나 서안성 사업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그룹 제공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2월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핵심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래첨단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종로의 작은 포목점에서 시작해 국내 대표 대기업이자 최장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두산그룹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길을 찾는 것처럼 주류·소비재에서 기계·중공업으로, 다시 미래첨단산업으로 그룹의 주력사업을 진화시켜 왔다. 

이는 작은 포목점에서 시작한 두산이 이제는 미래첨단산업의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두산그룹은 위기 때마다 새로운 길을 찾는 개척정신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해온 것이다. 실제 1930년대 말 박승직상점이 일제의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자 박두병 창업회장은 쇼와기린맥주 대리점을 차려 극복했다. 

이 때의 인연으로 박두병 창업회장의 두산상회는 1956년 국내 최대 주류회사였던 동양맥주를 인수했고, 국내 대표 유통·소비재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두산의 개척정신은 3세대인 박용곤 회장 때에도 이어졌다. 1990년 발생했던 경영위기 당시 23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을 단 4개로 통합할 정도로 단호한 구조조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두산그룹은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비교적 무난하게 극복했고, 2001년 한국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을 시작으로 2003년 고려산업개발(두산건설), 2005년에는 대우종합기계(현대두산인프라)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단 10년 만에 중공업 기업집단으로 환골탈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급격한 변화에는 위기도 있었다. 중공업사업 위주로의 주력사업 전환을 마무리 짓던 지난 2010년 전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두산그룹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어 2013년부터 본격화된 두산건설 재무위기는 두산그룹을 수렁으로 몰아넣는 단초가 됐다.

박정원 회장은 결국 2020년 4월 결단을 내렸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에서 1조 원을 지원받는 것을 조건으로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하고, 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당시 두산은 골프장 클롭모우CC 등 비영업자산은 물론 두산인프라코어, 네오플럭스 등 핵심 자회사 지분까지 모두 팔아치웠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1조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두산솔루스와 모트롤BG 사업부를 각각 7000억 원, 4530억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의 상징' 두산타워도 8000억 원에 처분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도 이어졌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자신들이 보유한 듀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사재 출연 규모는 약 5740억 원이다.

   
▲ 지난 2022CES에 참가한 두산 부스 전경. /사진=미디어펜


그 결과 두산그룹은 재무개선약정 체결 후 단 1년 11개월 만에 대부분의 채무를 상환했다.

채권단과의 재무개선약정을 졸업한 두산그룹은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았다. SMR과 수소비즈니스라는 차세대 에너지 사업 외에, 지난 5월 테스나(두산테스나)를 전격 인수하며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새롭게 진출했다.

단호한 결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이후에는 신사업에 나서는 두산그룹이다. 하나의 단계를 넘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창업회장의 '개척정신'은 100년 넘는 두산그룹의 행보에 여전히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기반을 다진 것은 박정원 회장의 행보가 크게 작용했다. 2010년대에 접어들자 해외 사업이 집중됐던 중국의 경기 부진 등으로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빠졌다. 이 때문에 2016년 박 회장이 취임한 이후 두산그룹은 '2차 변신'에 나섰다. 

두산DST, 두산공작기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솔루스 등이 매각됐다. 기존 주력사가 매각되는 와중에도 두산퓨얼셀, 두산로보틱스 등 신사업 진출에 나섰고, 지난 3월에는 반도체 기업 테스나 인수 계약을 맺으며 반도체 사업에도 진출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소비재 중심 그룹에서 전통 제조업 그룹으로 바뀐 후 가장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에너지·수소 사업, 두산밥캣을 중심으로 한 산업기계 사업, 테스나를 바탕으로한 반도체 사업 등이 '삼각축'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수소 발전사업 생태계 구성 및 사업다각화를 모색한 후 설립한 두산퓨얼셀은 2018~2020년 3년 연속 신규 수주액 1조원을 달성하고 현재 세계 1위로 성장한 대한민국 수소 발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부터 줄곧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있으며 글로벌 협동로봇 업계 톱5에 진입했다. 전체 매출의 70%는 북미, 서유럽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뉴스케일파워와 소형모듈원전(SMR)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에 한발 앞서 진출하며 SMR 주기기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 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하는 등 대한민국 에너지 사업 역사에 기록될 발자취도 남겼다.

두산밥캣은 2019년 북미와 유럽에 콤팩트 트랙터, 제로턴모어(탑승식 제초장비) 신제품을 출시하며 농업·조경용 시장에 진출했다. 농업·조경용 장비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취미로 농장을 가꾸는 하비파머가 크게 늘면서 조기 안착에 성공한 뒤 두산밥캣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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