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칩4’ 예비회의에 참석…칩4 가입에 무게
“기업 피해 최소화 할수 있는 세부 방안 중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예비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칩4 합류 여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8일 정재계에 따르면 외교부는 최근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4는 미국 주도로 한국, 일본, 대만 4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공급망 형성을 목표로 추진하는 동맹이다.

칩4 예비회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회의에서는 칩4의 세부 의제나 참여 수준 등이 회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칩4 참여와 관련해 ‘국익’을 최우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우리 국익을 잘 지키겠다”고 말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생산 측면에서 미국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고, 수요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크다.

향후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칩4 가입과 함께 중국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당사자 측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갖고 자신의 장기적인 이익과 공평하고 공정한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사실상 한국의 칩4 불참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양사는 중국 현지에 생산 시설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보유 중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의 칩4 동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칩4가 미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다른 산업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묘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모두와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칩4 가입을 안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사전에 세부 조건 등을 잘 조율해 기업 피해가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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