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인력감축·지방이전' 채용규모 영향에 주목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고연봉과 안정적인 일자리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 공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이 시작됐다. 이미 채용 공고를 낸 한국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금융 공기업도 조만간 채용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인력감축과 지방이전 추진 등이 금융 공기업 채용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고연봉과 안정적인 일자리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 공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이 시작됐다./사진=미디어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2023년도 한국은행 신입직원(종합기획직원) 채용' 공고를 내고 전날 원서접수를 마감했다. 올해 신입직원 채용 규모는 지난해(50명)보다 늘어난 72명을 뽑는다. 응시부문은 경제학·경영학·법학·통계학·컴퓨터공학 등 5개 부문이다. 올해부터 일반 지원자와 지역전문 지원자를 나눠 선발하며, 필기시험은 오는 9월24일이다.

한은·금감원 등을 비롯한 금융 공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매년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면서 이를 국가 대표팀 간 축구경기에 빗대 'A매치 데이'란 용어가 생겼다. 통상 한은이 가장 먼저 시험 날짜를 정하면 금감원, 수은, 한국거래소 등 다른 금융 공기업이 그날 일정에 맞춰 필기시험을 치러 왔다. 중복 합격으로 인한 우수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생겨난 관행이다.

한은이 채용 공고를 내면서 다른 금융 공기업의 채용 공고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KDB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포함한 9개 금융 공공기관은 약 600명을 선발했다. 올해 채용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새 정부의 공공기관 인원감축 방침과 지방이전 추진 등이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기관 혁신'에 칼을 빼든 정부는 지난달 방만해진 조직과 인력을 감축을 골자로 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짐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수는 29개, 인력은 11만6000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채 규모는 84조원 늘어났다. 정부가 방만해진 공공부문의 고강도 인력감축을 추진하면서 금융 공기업 채용 규모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추진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은행은 본점의 부산 이전 계획으로 직원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일반직 23명, 전문직 11명, 임금피크제 직원 42명 등 총 76명의 직원이 이탈했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2028년까지 부산 이전 추진 계획에 대해 "가능하면 빨리 시행할 것"이라며 지방이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부산 이전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직원 이탈 속도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금융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금융 공기업 채용 규모는 여러 기관들에서 채용 공고 등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새 정부의 공공기관 인원감축과 지방이전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여러 관측들이 나오는데 실제 규모가 축소될지 확대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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