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일(한국시간) 첨단 섬유소재 아라미드를 둘러싸고 미국 듀폰과 벌여온 민·형사소송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은 미국 버지니아주 동부지법에서 진행해온 영업비밀 관련 민사 소송과 미국 검찰 및 법무부 형사과가 제기한 형사 소송을 전부 끝내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코오롱은 첨단소재인 아라미드 소재 제품인 헤라크론의 개발과 관련해 2009년부터 6년 동안 듀폰과 진행해온 법적 다툼을 마무리 짓고 세계 시장에 아라미드 섬유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코오롱은 이번 합의에 따라 듀폰에 2억7500만 달러(약 2860억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코오롱은 또 형사 소송과 관련해서는 미국 검찰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모의 혐의 한 가지에 대해서만 벌금 8500만 달러(약 910억원)를 내고 절도 및 사법방해 혐의 등은 검찰이 취하하는 유죄인정합의(Plea Agreement)를 통해 형사 소송을 종결하기로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함께 ㈜코오롱도 유죄인정합의 당사자로 이번 합의에 기속된다. 코오롱 측은 듀폰에 대한 민사소송 합의금과 벌금을 향후 5년간에 걸쳐 분납한다.

업계에서는 코오롱이 영업비밀 침해를 모의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대신 형사소송을 해결함으로써 고부가 첨단 섬유소재를 자유롭게 생산·판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양사가 합의한 조건에 따라 듀폰이 코오롱에 제기해온 모든 소송이 종결됨에 따라 코오롱은 자사 아라미드 섬유 제품인 헤라크론을 계속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됐다.

박동문 코오롱인터스트리 사장은 "코오롱은 이제 자유롭게 아라미드 사업의 성장과 시장 확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듀폰 측은 "이 사건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듀폰의 스테이시 폭스 법률고문(부사장)은 "소송 결과는 우리 기밀 기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케블라(아라미드 섬유 브랜드) 제품의 고객·사용권자 요구에 부응하고 혁신적 기술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듀폰 코리아가 전했다. · 이 소송은 듀폰이 2009년 방탄·방한복 등에 쓰이는 고강도 섬유 아라미드 제조기술을 코오롱 측이 빼돌려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듀폰 측은 자사에서 해고당한 직원이 코오롱 측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자사 아라미드 섬유 케블라에 대한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연방법원 대배심은 2012년 코오롱이 듀폰의 아라미드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기소해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2011년 판결에서 코오롱 측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면서 듀폰에 9억1990만 달러를 배상하고 관련된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1심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코오롱 측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판결이 내려져 재심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아라미드 섬유 = 강철보다 강도가 강하고 열에 강해 방탄·방한·방열복과 항공우주 분야에 쓰인다. 아라미드 섬유 제조기술은 코오롱과 듀폰, 일본 섬유업체 데이진 등이 보유하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의 시장 규모는 연간 2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