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지난 4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국면 진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8로 상승률을 기록했다. 0.4% 상승률은 1999년 7월(0.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저유가와 이에 따른 도시가스 요금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1.0%였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를 시작으로 지난 1월 0.8%, 2월 0.5%, 3월 0.4% 모두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1갑당 2000원 정도 오른 담뱃값 인상 요인(0.58%포인트)을 제외하면 3개월 연속으로 물가가 하락한 셈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올라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9∼12월에는 4개월 연속 1%대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이 지표 역시 지난해 9∼12월에는 4개월 연속 1%대였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집세 등 서비스 가격이 올랐지만 석유류 가격 하락과 도시가스 하락 영향이 지속됐다"면서 "3월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반인이 느끼는 실제 체감 물가는 디플레이션 우려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24일부터 3월3일까지 유선 전화로 전국의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체감 경제성장률은 -1.1%이고 체감 물가상승률은 3.3%로 나타났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에 그치고, 담뱃값 인상 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하락했다는 통계청 발표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작년 동기 대비 4월 소비자물가에서도 소비자의 체감도가 높은 품목의 물가 상승률은 실제로 높았다.

담배(국산)가 83.7%로 상승폭이 가장 컸고 배추 35.3%, 감자 24.0%, 소시지가 17.9%로 많이 올랐다. 가방(10.6%), 운동화(9.5%), 구내식당 식사비(5.4%), 쇠고기(국산, 4.6%), 중학생 학원비(3.2%)도 큰 폭으로 뛰었다.

체감물가는 개인별 소비 패턴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표 품목의 가격변동으로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와의 차이가 어느 정도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현재 전국의 소비자물가를 지수화하는 데 활용하는 주요 품목은 481개다. 산출 과정에서 평균적으로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이 큰 품목에 대해서는 그만큼 가중치를 부여한다. 가중치는 전세, 스마트폰 이용료, 휘발유 가격, 월세, 도시가스료, 전기료, 중학생 학원비, 외래진료비, 공동주택 관리비, 경유 값 순으로 높다.

이 가운데 올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는 전세(3.3%)와 공동주택관리비(3.7%), 중학생 학원비 등 피부에 곧바로 와 닿는 품목이 상승했다. 반면 휘발유(-19.5%), 경유(21.7%), 도시가스(-14.0%) 가격은 많이 떨어졌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일상생활과 연관성이 높은 물가가 올 들어 크게 하락하면서 전체적인 생활 물가지수를 끌어내려 지난 2월 -0.7%, 3월 -0.8%, 4월에는 -0.7%로 나타났다.

1995년 통계 작성 후 가장 낮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일각에선 디플레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생활물가 구성요소 가운데 식품 값이 4월에 1.5% 올랐다. 그러나 화장지, 치약, 세제 등 생활 공산품은 1.7% 떨어졌다.

생활물가는 체감물가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커 소비자들이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142개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물가가 떨어진 품목에 대한 인식은 낮은 반면에 오른 품목에 대한 인식을 더 하게 되는 속성이 있다"며 "체감물가 상승률이 크다고 느끼는 것은 그런 이유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