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뿌리깊은 미래' 중징계 당연, 8월 이사진 개편 중요

   
▲ 조우석 문화평론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좌편향 논란을 빚었던 KBS 광복 70주년 특집 ‘뿌리 깊은 미래’에 중징계를 한 것은 근래 들어 청량한 소식이었다. 그 다큐가 “왜곡된 역사인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준엄하게 판단한 건 너무도 당연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직무유기에 비한다면, 괄목할 만한 변화라서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 당시 방심위는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강연을 왜곡보도한 KBS 9시뉴스에 대해 실망스럽게도 권고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중징계에서 한참 수위가 낮은 권고란 “향후 제작에 유의하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뜻한다. 어지러운 방송환경에서 그런 무책임한 판정이야말로 KBS를 국가기간방송이 아닌 국가선동방송으로 방치해두는 요인이 아니었을까. 그러니‘뿌리 깊은 미래’같은 얼빠진 특집이 등장하지 않았던가.

왜 KBS는 국가발전을 위한 파트너에 동참치 않는가?

문창극 총리후보자 왜곡보도와 ‘뿌리 깊은 미래’는 구조가 같다. 하나는 뉴스고, 또 다른 건 다큐이지만, 저널리즘 기본을 무시한 악의성은 완전히 닮았다. 동시에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선동방송의 극치였다.
 

우리의 걱정은 그 때문이다. 어떻게 노골적인 반정부, 반국가 프로그램을 KBS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내보내는가? 왜 KBS는 국가발전을 위한 적극적 정치행위를 막는 건 물론 체제까지 위협하는 방송인가?
그 따위의 방송행태를 권력감시이자 방송제작의 독립성이라고 굳게 믿는 저들의 의식 수준이란 것도 한심하지만,‘항시적 위기구조’를 가진 KBS 정상화에 결국은 공동책임이 있는 정치권은 또 뭔가.
 

KBS 정상화는 우리사회의 장기적 과제가 분명한 데, 이 지면에서는 세 가지를 주문한다. 첫째 1980년대 식 낡은 제작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KBS 내부 구성원에 대한 질문, 둘째 위기의 근원인 조대현 사장 체제의 혁파, 셋째 8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진 개편 해법이다.
 

첫째 KBS 구성원에 대한 질문인데, 당신들에게 묻는다. 거대조직 KBS야말로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지만, 당신들은 왜 낡은 시대인식을 떨쳐내지 못하는가? 문제는 권력은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피해의식 혹은 고정관념에 당신들이 얽매어있는 점이다.
 

연조가 좀 된 사람들은 1980년대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이 만들어놓은 ‘통제를 위한 공영방송체제’에 대한 트라우마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현직에 있는 제작 간부들도 이 점 예외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니어들은 한 술 더 뜬다.
 

입사해 KBS 직업윤리를 익히기 전에 노조에 무턱대고 가입해 조합원 윤리부터 익힌다. 그런 행위가 민노총을 필두로 한 좌파집단 재생산의 연결고리에 얽혀 들어가는 것임을 까마득히 모른다. 자연스레 위 아래 기수(期數)사이의 선후배 문화를 다지고, 이 과정에서 ‘섣부른 정의 추구’, ‘무턱댄 언론 자유’를 기자-PD의 소임이라고 여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좌편향 논란을 빚은 '뿌리깊은 미래'에 대해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청량한 소식이었다. 조대현사장은 정치집단으로 변질된 KBS를 개혁할 능력이 없다. 8월 이사진 개편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진 인사들로 재편돼야 한다.

이런 체제에 대한 의구심은 조대현 체제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임명이 채 1년이 안 됐지만 조 사장의 역량은 이제 세상이 다 안다. 그의 문제는 방만한 경영, 눈먼 자사이기주의, 신뢰를 잃은 방송 따위가 아니다. 애시당초 그는 그걸 추스릴 능력이 없다는 걸 사람들은 알았다.
 

그래서 그가 대한민국 축소판을 넘어 정치이념집단으로 변질된 내부의 지형지물을 얼마만큼 청산하는가의 화급한 과제 해결을 일단 지켜봤다. 그 결정적인 임무를 조 사장은 방기했다. 대신 야권 추천 몫의 사장답게 좌파 이사들에게 아부하기 바빴다.

지금처럼 우유부단해선 조대현, 임기 연장 없다

KBS경영진이 최근 마련해 500부를 찍은 이른바 ‘공정성 가이드라인’이 그 증거인데, 이것이야말로 현 KBS의 의식수준을 반영하다. 그건 KBS의 헌법 비슷한 것인데, 방송이 준수해야 할 정치적 중립의무를 내팽겨치고 진실 추구 대신 정의 추구를 대뜸 명문화한 위험천만한 문건이다.
 

지금이라도 조 사장은 그걸 바로 잡는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애시당초 취임 초 그가 약속했던 공영방송의 역할과 신뢰 회복 따위의 레토릭을 믿었던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단지 이 공정성 가이드라인 문제를 해결한다면, 당신의 진정성을 조금은 재평가해보겠다.
 

그리고 조 사장은 문창극 왜곡보도의 당사자들을 징계하지 않았고, ‘뿌리 깊은 미래’같은 엉터리 다큐 제작진에 대한 징계도 전혀 손대지 않았다. 급기야 이번 방심위의 중징계 결정으로 조 사장은 후속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세상은 그의 손끝을 주시하고 있다.
 

상식이지만 지금처럼 그가 소극적이고, KBS 정상화에 의지가 없다면 올해 11월까지 주어진 당신의 임기는 더 이상 연장이 불가능하다. 개인의 거취 여부를 떠나 선동방송 KBS를 이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그래서 8월로 다가온 이사진 개편이 중요하다. 이사회는 여전히 한국방송공사 최고의결 기관이지만, 현 상황은 한심하다. 구성면에서는 정부 여당 측이 다수이지만, 일부 이사들은 사안별로 타협적 자세를 보이기 일쑤였다.
 

때문에 그런 구성비만으론 부족하다. KBS구성원이 종북 좌파적 지향으로 실무를 장악한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국가기간방송으로 거듭 태어나게 하려면, 확실한 국가관으로 무장한 인사들이 이사진에 몰려야 한다. 국가의 이념을 지켜내고, 여론을 형성하는 중차대한 기관의 이사진에 걸맞는 인선에 대한 기대는 그 때문이다.
 

나눠먹기 식이나 논공행상 따위론 위기의 KBS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지금도 KBS 안팎은 시끄럽다. 이번 방심위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반성해야 할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노조 KBS본부(KBS본부 노조)와 민언련 등이 “언론자유를 훼손한 정치 심의”라고 맹비난하는 저들의 적반하장을 바로 잡을 건 책임있는 이사진 구성뿐이다. /조우석 논설위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