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포퓰리즘의 극단…국민과 미래세대 모두에 몹쓸 짓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공무원연금개혁 덮으려다 국민연금 건드린 여야

국회 여야는 지금 제정신인가. 국민연금을 끼워넣은 공무원연금개혁 얘기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다. 그런데 여야는 공무원연금개혁에 합의한다면서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는 내용을 끼워 넣었다. 이를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복안이다.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마련한 여야 합의 실무기구는 공무원연금 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삼는 조직이다. 국회 실무기구에는 국민연금을 논의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평균 소득 대비 국민연금 지급액의 비율을 말한다. 현재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다. 이는 월 200만원을 버는 국민에게 월 80만원의 연금을 보장한다는 말이다. 월 400만원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160만원을 국민연금으로 준다는 얘기다. 이를 이번 여야의 합의안 대로 50%로 올리면 현재 소득의 절반을 국민연금으로 보장하게 된다.

국민연금 돈을 더 주자?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해야 하나

돈을 더 주자는 얘기인데,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수 없으니 어딘가에서 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이에 대해 국민적인 저항이 일어나면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연금의 맹점은 이를 채워야 하는 재원을 모두 현역세대나 미래세대로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현직에서 일하는 30~40대 근로자들은 말할 나위 없고, 그들의 자식들을 비롯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지우는 빚이다.

국회 여야 의원들은 자식과 손주들이 있지 않은가. 이들 모두 생각이란 것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나마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하여 국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명목 소득대체율 50%를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합의사항을 존중한다는 것이지 이에 대하여 국회 처리를 약속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지급율 및 기여율을 조정해도 어차피 터질 재정폭탄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은 후세대․현직세대가 퇴직세대의 연금 재원을 마련하는 피라미드 구조다. 소위 다단계로 돌아가는 공적연금이다. /사진=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공무원연금에 대해서 20년간의 조정기간을 부여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경우 더 내고 더 받는 식으로 개악하는 것을 주도했다.

세금이든 국민연금 부담액이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 근로자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모두에게 새정치민주연합은 몹쓸 짓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방조한 새누리당은 합의 후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국회 처리를 약속하지 않았다며 항변하고 있다.

평범한 근로자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몹쓸 짓을 한 새정치민주연합

‘졸속처리’라는 단편적인 지적을 떠나, 국회는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에서 보여준 행태를 통해 ‘입법독재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스스로 널리 알렸다. 그리고 국회 여야는 온 국민과 미래세대가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공무원)에 좌우되는 정치자영업자임을 자인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본질은 아래 세대가 윗 세대를 떠받치는 피라미드 구조다.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정치권은 국민에게 연금과 관련된 모든 진실을 솔직하게 밝히고 모든 세대가 일정부분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에서 드러난 사실 두 가지.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공복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이익집단이었다. 그리고 정치인은 국익, 국민 전체의 민의를 대변하는 대표자가 아니었다. 정치인은 특정 이익집단의 억지에 좌지우지되는 ‘포퓰리즘’ 자영업자들에 불과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이 건국되어 제헌국회가 마련된 지 67년이 지났지만, 2015년 국회는 여전하다. 투표권을 쥐고 있는 국민과 이익집단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공무원단체 모두의 눈치를 보는 국회에게 어떠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 자식세대와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에게 공적연금의 부담을 지우는 여야의 모습에서 환멸을 느낀다. 민주주의의 온갖 부조리와 모순이 우리나라 국회에서 펼쳐지고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