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준석 가처분 인용...주호영 비대위 출범 열흘만 해산
국힘, 마라톤 긴급의총...당헌·당규 정비 뒤 '새 비대위' 구성
주호영만 물러나고 현 비대위 존속...사태 수습은 권성동으로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출범 열흘만에 사실상 자초될 운명에 처했다.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은 지난 26일, 이 전 대표가 낸 국민의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등 일부 인용했다. 

법원 결정 이후 대혼란에 빠진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긴급 의원총회(의총)을 열고 '주호영 비대위 체제'를 해체하고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 수습은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기로 했고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도 요청했다. 

   
▲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우선 법원 결정대로 주 비대위원장은 직무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현재의 비대위는 새 비대위가 꾸려질 때까지 '시한부'로 존속시키기로 했다. 이는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동시에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로운 비대위'를 다시 꾸리겠다는 의도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 10분부터 5시간 여 동안 국회에서 진행된 마라톤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최고위원회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현재 비대위를 하는 것도 현실적 한계가 있다"라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 비대위를 결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현재 비대위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한다면 지금 법원의 논리와 똑같은 논리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련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당헌·당규 개정 전 현 비대위를 유지하느냐'라고 기자가 묻자, "가처분 인용 결정 주문은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것"이라면서 "지금 비대위는 우리 전국위 또 상임전국위 결의에 따라 탄생했고 현실적으로, 법리적으로 비대위는 존속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당내 최고의결기구는 '현 비대위'"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당헌·당규를 어떻게 개정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는 안됐지만 최고위원 절반이나 2분의 1 이상이 사퇴한다든지 또는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한다든지와 같은 규정을 넣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비대위'에서도 주호영 위원장과 위원들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다시 논의해야겠지만 특별히 바꿀만한 이유가 없어 보이기는 한다. 그 부분은 새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주 위원장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그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답했다. 

또한 이번 사태 수습의 키는 당 내에서 책임론이 불거졌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지금 원내대표가 사퇴한다면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추진할 사람이 전혀 없게 된다"라며 "권 원내대표가 최대한 빨리 당헌·당규 부분을 정리해, 다음 주 초쯤 의총을 다시 열어 의원들과 논의하는 걸로 얘기했다"라고 설명했다. 

   
▲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과 관련 8월 27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대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주 비대위원장의 직무정지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 당장은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향후 거취를 결정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다수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28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일부 의원들이 권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를 언급하기도 했다"라면서도 "현재는 권 원내대표의 거취보다는 가처분 결과로 인한 현 상황을 수습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다.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되면서 당이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혼란 수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 결의문을 통해  당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에 이 전 대표 추가 징계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 경고하며 추가 징계에 대한 당 윤리위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라고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